출 생 | 1803년 경기도 이천
순 교 | 1838년(35세) 형조 전옥서 / 옥사
신 분 | 회장
꿈속 천사의 말씀에 순종한 성 요셉
3월 19일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이다. 성 요셉의 꿈은 인상적이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마태 1,20) 마리아의 임신 소식에 남몰래 파혼하기로 마음먹었던 요셉은 꿈에서 만난 천사의 말씀 때문에 정반대의 선택을 하게 되었다.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요셉은 예수님의 양아버지이자 성가정의 수호자가 되었다.
성경에서 꿈은 인간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은 상태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니 꿈속 천사의 말씀은 요셉의 선한 의지로도 오염되지 않은 ‘하느님의 뜻’을 말하려는 게 아닐까. 우리의 선한 계획조차 하느님 뜻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혜를 그의 이야기가 들려주고 있다. 결국, 요셉은 이전에 가졌던 생각과 정반대로 행동하면서 하느님 뜻에 순종하게 되었다. 나의 계획과 하느님의 뜻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볼수록 요셉의 태도가 존경스럽고, 그분의 전구에 더욱 의지하고 싶어진다. 우리 순교자 가운데는 요셉 성인처럼 꿈의 상징과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는 태도를 연상시키는 성인이 있다. 경기도 이천 출신의 성 이호영 베드로다.
꿈이 예견한 대로 순교한 이호영 성인
순교자 이호영의 꿈 이야기는 요셉 성인만큼이나 인상적이다. 1835년 붙잡히기 며칠 전, 베드로는 임금과 친밀한 신하와 사귀며 과거에 오르고, 온몸이 풍류에 젖는 꿈을 꾸었다. 이상한 꿈이라 여기며 다른 교우에게 말하면서도 ‘아마도 순교자가 되려는가?’ 하였다고 한다. 그의 꿈과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 베드로는 곧 체포되었고, 긴 옥고를 치르던 중 1838년에 옥사하였다. 한국 103위 순교 성인 가운데 가장 먼저 체포되고 가장 먼저 순교한 순교자가 되었다.
긴 옥살이 동안 베드로의 인품에 반해 세례를 받은 죄수도 있었다. 선하고 부드러운 성품에도 고문을 당하고 배교를 강요받으면 단호하게 거절하며 고통을 받아들였다. 옥중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베드로가 말했다. “나는 칼을 받아 죽기를 원하였지만, 이 또한 천주의 뜻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꿈이 예견한 대로 순교자가 되었으나, 때와 방식마저 하느님의 뜻이었기를 바랐다.
성령의 비둘기 안고 온화한 미소 지어
12월 눈 덮인 수원교구 단내 성가정 성지 진입부의 오솔길을 걸어 들어갔다. 마치 성인을 직접 만나 뵈러 가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세상일로 고단한 내 마음을 성인에게 기대어 위로받고 싶은 것이었을까.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늘 미소를 잃지 않고 불평 없이 힘든 일을 하신 성인이 성령의 비둘기를 두 손에 안고 아버지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겸손하게 서 계신다. 성가정 성지 앞마당에는 예수님과 성모님 요셉 성인 세 분의 성가정상이 있다. 성가정상 주변으로 성스러운 빛이 감돌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