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종합보고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와 관련하여 영적인 차원의 접근을 강조합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쇄신은 오직 은총의 우선성을 인정함으로써 가능하다. 영적 깊이가 부족하다면, 시노달리타스는 겉모습만 쇄신된 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부름받은 것은, 다른 곳에서 얻은 성숙한 영적 경험을 공동체적 과정으로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형제적 관계들이 어떻게 하느님과의 진정한 만남의 장이자 형태가 되는지 더욱 깊이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전망은 성전의 풍요로운 영적 유산을 길어 올리면서도 그 형태들, 곧 참여에 열려 있는 기도, 함께 경험하는 식별, 나눔에서 생겨나 봉사로 빛을 발하는 선교 에너지의 형태들을 쇄신하는 데에 기여한다.“(「종합보고서」 1부 2항 수렴)
교회는 시노드 정신 안에서 형제들이 성숙한 영적 경험을 통해 하느님과의 진정한 만남의 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강조한 경청의 영성적 차원을 돌아보는 것이 도움될 것 같습니다. 2016년 제50차 홍보 주일 담화를 통해 교황님은 경청이 다른 이들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며, 이를 이해하고 높이 평가하며 존중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와 더불어 경청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일종의 순교 또는 자기희생이 따른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경청은 우리가 청하여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은사라는 것이 교황님의 설명입니다.
경청은 순교이고 자기희생
더불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22년 제56차 홍보 주일 담화를 통해서도 상대방의 의도에 주목하고 현실의 복합적인 면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영적인 상황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특별히 교황님이 서로 경청하기 대신 ‘서로 자기 말만’하는 것은 신체적 청력의 상실이 아니라 내적인 귀먹음이기에, 이를 경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표현하신 이유는 상대방의 내적인 상태를 살펴보는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진정한 경청은 단순히 자기 말만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내적인 상태에까지 귀 기울이는 영적인 과정입니다.
경청에 대한 이해의 범위를 상대방의 영적인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차원으로 확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반응이 나올 것 같습니다. 영성적이고 영적인 차원의 경청은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닌가요? 이와 관련해 민범식(서울대교구) 신부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하느님 길만 걸으세요」라는 저서에서 신부님은 하느님께 대한 직접적인 체험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통해 우리는 ‘아, 하느님이 이런 분이시구나’ ‘하느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구나’라는 영성 체험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십니다.
하느님께 의탁하는 마음으로 경청해보니
필자는 시노드 정신을 산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구체적으로 경청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상시 거북하게 여기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어떻게 경청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다 보니, 순교하는 마음으로, 자기희생의 차원에서 경청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경청을 통해 오히려 불편한 마음만 더 커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면에 짧게라도 화살기도를 하고 하느님께 의탁하는 마음으로 경청하게 되면, 상대방이 가진 어려움에 마음이 쓰이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상대방의 상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경청은 은사이며, 하느님이 어떻게 활동하시는지를 볼 수 있는 영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한창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