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부활 대축일에 본당에서 나눠준 달걀 맛있게 드셨는지요? 우리는 예수님 부활의 기쁨과 기적을 묵상하며 부활 대축일을 경건히 보냈습니다. 왜 ‘부활절=달걀’이 공식처럼 된 걸까요?
아마 하나의 생명이 단단한 달걀 껍데기를 깨뜨리고 나오듯 예수님께서 무덤을 깨고 나오신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부활로 보여주신 모습은 그리스도의 위대함이고, 그를 만난 우리는 비로소 구원받아 기존의 나를 깨뜨리고 새롭게 거듭난다는 것을 달걀에 비유한 것 같습니다.
부활 달걀을 주는 틀을 깨고 닭을 준 본당이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종로본당입니다. 4인 가족이 1인 1닭입니다. 달걀 대신 ‘1인 1닭’이 참 신선했습니다.
한호섭 주임 신부님은 “사순 시기에 300여 명의 신자들에게 7000원이 든 ‘마중물’이란 돈 봉투를 사비로 줬는데, 그 7000원으로 단식과 절제하며 자기 돈을 보태 기부하고 나눔을 실천하라고 해봤다"며 “신자들이 숙제하느라 고생했으니 격려 차원에서 ‘1인 1닭 바비큐’ 이벤트를 연 것”이라고 했습니다.
3월 30일 저녁 8시 부활 성야 미사 후 열린 닭 바비큐 파티. 낮 3시부터 바비큐 차량 두 대에서 닭이 돌아가며 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고소한 냄새가 이내 종로 일대에 퍼졌습니다. 저녁 9시 30분부터 시작된 이벤트에서는 가족들과 나눠 먹겠다고 가져가는 신자, 마리아 정원에서 오순도순 함께 먹는 신자 등 각기 즐기는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이날은 주님이 마련하신 날, 이날을 기뻐하며 즐거워하세.”(시편 118,24)
성경 말씀대로 주님 부활을 함께 기뻐한 날이었습니다. 내년엔 달걀 대신 닭을 주는 성당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저는 주님 은총으로 종로본당 해설사가 되었고, 부활절에 이런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