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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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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구장이 되고 난 후, 본당 사제일 때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신앙인들을 바라보면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 문제를 좀 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라는 명령을 신앙인들이 어떻게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묵상하게 됩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관계의 대상은 배우자일 것이고, 다음은 자녀이며, 마지막으로는 부모님일 것입니다. 과연 배우자를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 것처럼 지금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다소 회의적으로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거침없는 말투로 대하고, 때론 화해하면서 살고 있지만, 그 상처가 마음속 깊이 남아 결혼을 후회하는 마음이 몰려올 때도 있을 것입니다. 자녀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부모와는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게 되고, 세대와 문화 차이가 점점 더 벌어져 아예 대화가 불가능한 한계점까지 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 대한 존경과 공감이 점점 사라지고, ‘효’라는 도리가 우리와는 멀어지게 됩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일상을 살아간다면 예수님과 의 관계도 요원하게 됩니다. 관계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면서도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우리가 과연 어떻게 이 관계를 잘 맺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9)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것입니다. 이는 관계를 위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점이 주님의 사랑을 언제나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 사랑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야 합니다. 그래서 기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중요한 말씀은 “머물러라”입니다.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입술로 바치는 기도 외에도 감성적이고 공감하는 기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것이 성체조배일 수도, 시간 전례(성무일도), 혹은 묵주 기도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으로든 시간을 내서 그분의 사랑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럴 때 모든 관계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과 함께 머물면서 모든 관계를 정리한다면,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1)라는 말씀처럼 주님의 기쁨으로 충만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수많은 관계에서 오는 미움이 기쁨으로, 나아가 사랑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어떤 적대적 마음도, 미움도 사라지게 되고,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요한 15,13)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부활 제6주일에 우리는 사람들과 관계 때문에 아파하지 말고, 먼저 주님을 사랑하고 그 안에 머무는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그러면 이웃 간의 관계를 넘어 부활의 감동이 우리 삶 속에 더욱 넘쳐날 것입니다.


 
양해룡 신부

양해룡 사도요한 신부(서울대교구 제13 관악지구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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