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기적의 길 (2)
복음이란 무엇일까요?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하느님의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시고, 그 하느님 나라에 우리를 초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 주셨습니다. 이것이 복음(福音)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있어서 굿뉴스(good news)입니다. 기쁜 소식입니다.
예수님이 복음을 선포하신 후, 2000여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 말씀을 믿고 받아들이고 충실히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 세계 70억 인구 가운데 그리스도인은 아직도 3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셨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이요 기쁨의 소식입니다. 그 자체가 복음입니다. 하지만 2000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전 세계 인구의 절반도 그리스도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교회가 혹은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3이상 살고 있는 아시아 지역 복음화율이 3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1990년 아시아의 복음화는 2.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32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 복음화가 0.3밖에 늘지 않았다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이슬람교는 무려 10이상 성장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새로운 성령강림의 역사입니다. 이 세상을 새로운 세상으로 다시 만들려고 하는 하느님의 특별한 계획이십니다. 이 공의회가 ‘복음화’라는 분명한 명제를 우리에게 제시했습니다. 공의회는 “복음화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근본적인 소명이고 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사실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역대의 모든 교황님도 복음화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이러한 복음화에 대한 소명의식 없이 적당히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은 하고 있는데 그 길을 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복음화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종교인은 종교인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다워야 합니다.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야 합니다. 이 시대는 우리가 가는 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나요? 아니면 적당히 타협해서 살아가고 있나요? 화려한 성당 건물이 그리스도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우리 각자의 삶이 그리스도를 드러냅니다.
복음화는 이 세상을 내부로부터 변화시켜서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내부로부터 변화시킬 힘은 복음에서 나옵니다. 그렇게 인류는 복음의 말씀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말씀을 통해서 살아온 공동체, 즉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끊임없이 복음을 증거하고 선포해 세상의 환경을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이 세상은 하느님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복음화’입니다. 우리 자신이 복음화되어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복음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교회가 스스로 복음화되어있지 않으면 교회를 통한 복음화는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우리 자신의 복음화란 예수님이 우리의 구원자요, 구세주라는 사실을 올바로 알고, 믿고, 그분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 힘으로 얻어지는 열매를 다른 사람과 나누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많은 자비와 사랑, 은총을 베풀어 주십니다. 그 자비와 사랑, 은총이 우리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됩니다. 우리를 통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기 위한 것입니다. 나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해지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사는 이유는 행복입니다. 그 행복을 위해서 예수님이 오셨습니다. 하지만 행복하게 살아서 뭘 하자는 겁니까? 지금 행복한 삶을 산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입니까? 그 행복은 하느님이 주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만 행복하라고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행복을 주신 이유는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은 행복을 이웃에게 전해주라는 것입니다.
먼저 복음화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시켜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전해야 합니다. 행복한 삶의 방법이 무엇인지, 그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주신 분이 누구인지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복음적 삶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합니다. 기도도 많이하고, 희생과 봉사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우리 자신의 복음화, 우리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살아야 합니까? 이제는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복음화는 어느 특정한 지역이나 특정한 국가에 제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우리 각자는 많은 사람 가운데 특별히 뽑힘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하느님의 귀한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충실한 종이 되어야 합니다. 일시적으로 쓰임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쓰임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은은한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겨 나오는 그러한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글 _ 정치우 (안드레아, 복음화학교 설립자)
정치우는 ‘복음화’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1990년대 초, ‘세계 복음화 2000년’이라는 화두를 한국 교회에 던졌다. 가톨릭 평화방송 TV에 출연, ‘정치우의 TV 복음화학교’라는 제목으로 48개의 강의를 진행했으며, 가톨릭신문과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를 하는 등, 저술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길이 있어 걸어갑니다」, 「위대한 기적」, 「위기의 대안으로서의 평신도 영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