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수도원 일기 (9)
OSV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쉽지 않다.
강론을 하건 브리핑을 하건 실수하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는 건 베테랑이 아닌 다음에야 늘 긴장되는 일이다. 나도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지만 늘 떨리는 마음으로 진행을 하다보니 실수를 종종 하곤 했다.
수도원에서도 여러 가지 행사가 많은데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실수 연발일 때가 많다.
축하 행사 진행 때에도, 강론을 할 때에도, 회의를 진행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성령 강림 대축일때의 일이다. 모든 수사님들이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아 마당에 모여 성령께 자신을 봉헌하고 수도회를 봉헌하는 등… 각자 기도를 봉헌하는 행사를 가졌다. 각 그룹에서는 봉헌할 상징물들을 만들어 설명하였다. 각 그룹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봉헌물들을 보여주며 진지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수련 그룹에서는 우리나라 지도를 큰 도화지에 그려왔다. 남과 북으로 갈려진 우리나라 지도의 분단선을 지우고 통일된 우리나라 지도에 비둘기 세 마리가 북쪽을 향해 날아가는 그림이었다.
우리는 그 지도를 보며 어떤 의미로 그 상징물을 봉헌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분단된 우리나라를 성령께서 일치의 끈으로 묶어 통일된 나라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었다.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상징물이었다. 그래도 설명을 들어야했기에 한 수련 형제가 찬찬히 상징 봉헌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사님들… 여기 보이는 우리나라 지도는 통일된 우리나라의 지도를 상징하는 것이구요. 여기 성령 세 마리는 비둘기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어라~!! 뭐가 좀 이상한데?
성령 세 마리가 비둘기를 상징한다고??? 비둘기 세 마리가 성령을 상징하는 거 아냐? 여기저기서 쑥덕쑥덕. 킥킥 웃음소리. 수련 형제는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 줄을 몰랐다.
형제님. 당황하셨어요? 괜찮아요. 우린 다 알아들었어요.^^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그리스도교 신앙유산 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