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선생님. 미사 때 촛불을 꼭 켜야 하나요? 안 켜고 하면 안 되나요?” 미사 때마다 촛불을 켜야 하는 이유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제대 초는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을 뜻한단다. 초가 스스로 타면서 빛을 선사해 주듯이 예수님도 십자가에서 당신이 죽으심으로써 인간에게 새 생명을 주셨기 때문이지. 이야기를 더 이어가 볼까?”
“촛불은 예수님의 영광을 상징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성부 오른편에서 영광을 받으심을 뜻한단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라는 말씀을 통해 제대 초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며, 초는 ‘빛을 준다, 어둠을 밝힌다, 인간에게 진리의 빛을 주므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신다’란 뜻이 있지. 초대 교회에서 초는 빛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전례 안으로 들어오면서 빛이신 그리스도를 우리 가운데 모신다는 의미로 제대 초를 사용해.”
“그래서 미사 때는 촛불을 항상 켜놓는 거군요. 그럼 아무 초나 사용해도 되는 건가요?”
궁금했던 제대 초에 대해 알려주니 이번에는 다양한 종류의 초를 미사 때 사용해도 괜찮은지 궁금했나 봅니다.
“교회에서는 원칙적으로 꿀벌의 밀랍으로 만든 밀초를 사용해왔어. 밀초를 사용한 이유는 벌들의 처녀성과 순결성, 그리고 희생성에서 죄 없으신 어머니의 몸을 빌려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를 상징해.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양초를 많이 사용하고 있단다.”
밀초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더니 이해하기 힘든 표정입니다. 그럴 만합니다. 성인들도 밀초라는 말은 알지만, 그 안에 숨은 뜻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테니까요.
“이제 복사 준비하러 가야지?” 했더니 한 가지 더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며 질문합니다.
“제대 초 개수가 왜 미사 때마다 달라요?”
“그건 말이야, 시기마다 전례의 중요도에 따라 등급이 정해져 있어서 그렇단다. 전례 등급에 따라 초의 개수도 달라지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