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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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10주일- 영적 투쟁에서 싸워 이겨 주님께로 나아가자

유승록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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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말씀과 기적을 통한 복음 선포의 활동이 진행될수록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예수님을 반대하는 이들의 오해와 비난의 강도도 높아졌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몇몇 율법학자들이 “그는 베엘제불이 들렸다”(마르 3,22 참조)라고 예수님을 모함합니다. 베엘제불이란 우두머리 마귀의 이름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말은 예수님께서 ‘마귀 들렸다'', ''미쳤다’는 것입니다. 또 예수님께서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내고 있다고 재차 모함합니다. 예수님의 병자 치유와 구마행위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메시아로서 예수님의 신적 능력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서로 싸우면 망하는 법’이라는 단순한 이치를 제시하며 사탄의 힘을 빌려 사탄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사탄을 묶어놓는 이는 사탄보다 더 힘센 이, 곧 하느님 능력을 드러내는 예수님 자신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신성을 모독하는 자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의 힘으로 수행하시는 일을 사탄의 것으로 돌려 예수님을 통해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성령을 모독하는 죄입니다. 하느님 편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로 돌아서기를 거부하는 죄입니다. 하느님을 반대하는 세력의 인격화된 표현들이 마귀·사탄·악마·유혹자·원수 등입니다. 성경 여러 곳에 그런 세력들이 언급돼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일치를 방해하는 세력들이 있기에 신앙생활에서도 그들과의 영적인 싸움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그리스도 이전 구약에 나오는 위대한 기도하는 사람들,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성인들, 그리스도 자신이 기도란 일종의 싸움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누구와 싸우는 것인가? 그것은 우리 자신과 싸우는 것이며, 인간에게 기도를 외면하게 하고, 인간과 하느님의 일치를 깨뜨리려는 유혹자의 계략에 맞서는 싸움이다. (?) 그리스도인의 새 생활을 위한 ‘영적 싸움’은 기도의 싸움과 분리될 수 없다.”(가톨릭교회교리서 2725항 참조)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모든 악한 세력들을 물리쳐 이기신 분이니 하느님의 반대자들을 우리가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러한 영적 투쟁에서 우리가 맞서 싸워 승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베풀어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과의 보다 더 깊은 일치를 위해 지속적으로 충실하게 기도생활을 실천해가야 합니다.

오늘 복음의 후반부에서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와 예수님을 만나려고 했습니다. 여기서 형제라는 표현은 오늘날 근동 지방에서와 마찬가지로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동기나 가까운 친척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형제들이란 그분의 친척들로 이해됩니다. 그들이 찾아왔다는 말을 전해 들은 예수님께서는 누가 자신의 어머니이고 형제들이냐며 오히려 반문하십니다. 그런 말씀이 어머니에게 불효하라거나 친지들과 반목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예수님 말씀의 강조점은 하느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실행하는 것이 우선이며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5)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인 새로운 가족 구성원의 기준이 분명히 제시되었습니다. 교회는 혈연관계가 아니라 하느님 말씀으로 세워졌고, 하느님 뜻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입니다. 그러니 말씀을 더 자주 읽고 묵상하며 그 말씀에 담긴 하느님 뜻을 실천해 일상의 영적 투쟁에서 승리하여 하느님과 더 깊은 일치로 나아가도록 합시다.

 


유승록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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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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