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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음을 제발 기억해주세요

[월간 꿈 CUM] 즐기는 꿈CUM _ 영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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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음 소희(Next Sohee)' 포스터

 


“이 작고 가난하고 절실한 영화가 세상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관객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어느 영화평론가의 간곡한 바람입니다. 그의 추천으로 극장을 찾았고, 그날 밤 내내 뒤척였습니다. ‘다음 소희’…, 참 무겁고 불편한 영화입니다. 

9년 전 ‘도희야’로 관객을 심란하게 했던 정주리 감독이 2017년 전주에서 발생한 콜센터 현장실습 고등학생의 죽음을 모티브 삼아 또 한 편의 문제작을 내놓았습니다. 실업계 특성화고교생 ‘소희’는 대기업 하청 콜센터의 실습생으로 투입됩니다. 가난한 집 딸 소희에게 월급을 받는 직장이 생긴 것이지요. 하지만 그가 처음 마주한 사회 어디에도 ‘인간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화로 인터넷 상품을 선전하고 고객의 불만을 무마하면서 온갖 수모를 겪지만, 회사는 신분의 취약함을 악용해 소희를 몰아붙이고 임금까지 속입니다. 학생을 지켜줘야 할 학교는 졸업반의 취업률이 낮아지는 게 두려워 소희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합니다. 이를 감시해야 할 교육당국 역시 실업계의 취업자 수(數)에만 집착할 뿐이지요.

콜센터는 헐값에 부릴 수 있는 실습생들로 채워지고, 열악한 그들 사이의 경쟁을 부추겨 서로를 증오하게 만듭니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가난이 발목을 잡습니다. 

기만과 불의로 가득한 세상에서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던 열여덟 살 소희는 결국 막다른 선택을 하고 맙니다. 너무도 외롭고 처참한 죽음…. 가감 없이 아픔을 담아내는 카메라 앞에서 관객들도 소희와 함께 무너져내립니다.

“힘든 일일수록 존중받아야 하는데, 더 무시당해!”

사건을 맡은 형사 유진이 소희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간주하고 배후에 도사린 부조리를 파헤치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영화는 그렇게 먹먹하게 끝을 맺습니다.

한 소녀가 죽었지만 아무것도 바로잡아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소희와 같은 희생이 그다음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겠지요. 영화의 제목이 ‘다음 소희’인 이유입니다.

영화는 호소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한 후미진 곳에서 들리는 절규들에 제발 귀 기울여 달라고요. ‘다음 소희’의 애타는 울부짖음이 우리의 기도 안에 녹아들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글 _ 변승우 (명서 베드로, 전 가톨릭평화방송 TV국 국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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