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최초 청각장애인 사제 박민서(서울대교구) 신부가 전 세계에서 가톨릭 청각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가톨릭 실천신학(가톨릭 농인 교회)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박민서 신부는 지난 5월 23일 시카고 가톨릭 연합신학대학원(Catholic Theological Union in Chicago)에서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에파타!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Ephphatha! Deaf Church Responds to Synod on Synodality)이며, 논문 지도교수는 캐머런 난코 페르난데스 박사(Dr. Carmen Nanko-Fernández)입니다.
박 신부는 지난 2021년 2월 당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으로부터 해외선교 사제로 발령받아 그동안 미국 워싱턴대교구에서 청각장애인 사목을 펼쳐왔습니다.
박 신부의 미국 발령은 미국 가톨릭교회의 관심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 가톨릭신문에 인터뷰가 보도됐던 것.
미국 가톨릭신문 보도를 덕분에 박 신부가 석사 논문을 지도받았던 캐머런 교수가 다시 연락을 해왔고, 캐머런 교수는 박 신부에게 박사 학위 취득을 권고했습니다.
박 신부는 "서울대교구 주교님들께 청각 장애인 사목과 학업을 병행해도 되는지 여쭈어봤고, 나름대로 해도 된다고 허락하신 덕분에 이번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박 신부는 2021년 8월부터 시카고 가톨릭연합신학대학원 박사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화상 대화방(Zoom)에서 미국 수어통역사 2명의 도움으로 강의를 들으며 박사학위 공부와 워싱턴대교구 청각장애인 사목을 병행했습니다.
2024년 1월 워싱턴대교구 청각장애인 사목을 마친 박 신부는 박사학위 논문이 아직 끝나지 않아 올해 2월부터 시카고 가톨릭 연합신학대학원 근처에 있던 신언회(Divine Word Missionaries, SVD) 수도원에서 5월까지 논문을 써왔습니다.
박 신부는 "영국 성공회 농인 사제와 미국 감리교 농인 목사는 농인 교회에 대한 박사논문을 직접 썼지만, 가톨릭 농인교회에 관한 박사논문을 직접 쓴 가톨릭 청각장애인은 이 세상에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며 "제가 농인으로서 가톨릭 농인교회에 대한 박사논문을 처음 썼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시각 등 다른 장애에 비해 청각 장애인은 논문 쓰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박 신부는 "일반 장애인은 일반 언어를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언어로 논문을 쓸 수 있지만, 청각장애인은 일반 언어로 논문을 쓰는 것이 매우 어려워 농인 사회에서는 농인이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을 '경사롭다'고 부를 정도로 놀랍고 기쁜 일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미국 출신으로 현재 캐나다 에드먼턴에 살고 있는 매튜(Fr. Matthew Hysell ) 신부는 가톨릭교회에서 조직신학(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세계 첫 농인 사제입니다.
박 신부는 "저는 가톨릭교회에서 세계 첫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가톨릭 농인신부로 알고 있다"며 "가톨릭교회에서 농인교회에 대한 석사논문과 박사논문을 쓴 청인이 많이 있지만 청인의 경험이 농인의 경험과 달라 농인들은 농인교회에 관한 논문을 직접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농인 신자들에게 제가 신학자가 되었으니 여러분도 신학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해드렸더니, 농인들이 희망 가지게 되어 기쁘다고 대답했다"고 기뻐했습니다.
박 신부는 "농인 신학자들은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창조하신 후 보시니 좋더라고 하셨던 것처럼 청인들과 농인들을 모두 보시니 좋더라고 하신 것으로 믿고 농인들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모든 기준과 시선은 청인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오신 것이기에 하느님 앞에서 청인들과 농인들이 평등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