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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미사 전례] 평화를 기원하는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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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 어린이의 날(2024년 5월 25~26일) 담화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린이들은 ‘평화의 창조자’가 돼야 합니다”라고 하시고, “고통받는 또래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에게 기도해달라고 당부하시는 교황의 말씀은 평화가 어느 특정 그룹이 아닌 모두의 과제이며,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이웃과의 관계부터 시작해야 함을 깨닫게 합니다.


교회는 영성체를 준비하면서, 주님의 기도 이후에 평화 예식을 배치하여 평화는 바로 옆의 이웃부터 시작해서 널리 퍼져가야 한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이 예식은 예수께서 산상 설교에서 하느님께 예물을 바치려면 먼저 형제와 화해하라는 가르침(마태 5,23-24 참조)에 따라 이미 2세기부터 미사에 들어왔습니다. 155년경 기록된 유스티노의 「호교론」 제1권 65장에서는 “우리 자신을 위해, 빛을 받은 이와 모든 곳의 다른 모든 이를 위해 함께 열심히 기도합니다. … 기도가 끝나면 서로 입맞춤으로 인사합니다”라고 합니다. 곧 지금의 ‘보편지향기도’를 하고 ‘평화 예식’이 뒤따랐고 ‘예물 봉헌’이 이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예식 순서는 동방 전례에서 아직도 유지됩니다.


그러나 로마에서는 5세기 초엽, 대 그레고리오 교황에 의해 오늘날의 자리인 ‘감사 기도’ 후 ‘평화 예식’을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중세에는 성직자 중심으로 거행되던 전례 경향에 따라 이 예식은 성직자들끼리만 나누는 평화 예식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고대 전통에 따라 평화 예식을 빵 나눔과 분리시키고, 신자 모두가 참여하여 이웃과의 화해를 통한 영성체 준비 성격을 분명하게 했습니다.


평화 예식은 세 부분, 기도 초대문을 포함한 ‘평화의 기도’, 공동체를 위한 ‘평화의 기원’, ‘평화의 인사’로 진행됩니다. 사제는 평화의 기도로 이끄는 초대문에서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 14,27)는 평화에 관한 예수님의 약속을 확인합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평화’(샬롬)는 싸움이나 전쟁이 없는 것보다 훨씬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 평화는 예언자들이 예고한 것과 같이 미래의 구원자, 메시아께서 이룩하실 평화로서 하느님과 인간 및 인간 상호간의 일치와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평화를 말합니다.


곧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평화’는 당신의 현존과 관련됩니다.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는 「요한 복음 주해」에서 “‘평화는 그리스도 자신을 가리킵니다. 그리스도께서 함께 계실 때 영혼은 언제나 평온을 누리기 때문입니다”라고 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라는 평화의 인사는 아우구스티노 시대 이전부터 전례에 들어왔습니다. 이 인사를 통해 교회는 자신과 온 인류 가족의 평화와 일치를 기원합니다. 또한 사제가 교우들을 향하여 팔을 벌리는 자세는 기도 권고나 주례 기도 때와 달리 교우들을 포옹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사랑의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십시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빕니다”(1베드 5,14)에서 사랑의 입맞춤과 평화를 연결시킵니다. 2~3세기 교부들인 유스티노와 히폴리토 등의 저서에서 이미 전례 예식으로 소개됩니다.


평화의 인사는 민족의 문화와 관습에 따라 정할 수 있는데, ‘한국 교구들에서는 평화의 인사로 가벼운 절’을 하기로 했습니다(「로마미사경본 총지침」, 82항). 평화 예식은 주님과 함께 그분의 평화를 이 땅에 이루기 위한 마중물입니다.



글 _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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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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