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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왕

[월간 꿈 CUM] 인생의 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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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왕’(王)의 의미를 아십니까?

맨 위의 획(一)은 하늘을 나타내고, 맨 아래 획(一)은 땅을 나타내고, 중간 획(一)은 사람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왕’(王)이란 ‘하늘과 땅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늘을 땅으로 내려오게 하고, 땅을 하늘로 올라가게 하며, 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서로 이어주는 사람, 이런 사람이 바로 진정한 왕, 왕 중의 왕입니다.

이때 ‘하늘을 땅으로 내려오게 한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땅에 실현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땅을 하늘로 올라가게 한다’는 것은 땅의 소망과 기원을 하늘로 올리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서로 이어준다’는 것은 다리와 구심점의 역할 즉, ‘한데 모이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것이 ‘왕’(王)이란 글자의 본질적인 의미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으로 왕답게, 왕 노릇하는 것입니다.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서 가장 훌륭했던 왕, 가장 존경받는 왕, 여러분은 제일 먼저 누가 떠오릅니까? 예. 바로 세종대왕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세종대왕은 성품이 어질고 재능이 뛰어난 조선의 네 번째 왕으로 태종 이방원의 셋째 아들입니다. 세종대왕은 지금도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최고의 왕,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의 업적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첫째,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훈민정음, 한글을 반포하셨고, 둘째, 집현전 운영을 통해 인재 발굴과 양성을 하였으며, 셋째, 인쇄술 발전과 보급, 넷째, 발명가 장영실을 통한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으며, 다섯째, 외교와 국방을 튼튼히 하였고, 여섯째, 궁중음악의 발전과 악기 개발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세종대왕은 백성을 섬기는 훌륭한 왕, 백성을 사랑하는 존경받는 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서 가장 악한 왕, 백성을 억압하고 착취했던 대표적 폭군은 누가 떠오릅니까? 연산군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연산군은 조선의 제10대 왕으로 성종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정현왕후(貞顯王后)입니다. 연산군은 12년 동안 재위하면서 백성들과 대신들에게 포악한 짓을 많이 하여 결국에는 폐위되었던 왕으로서, 조선의 제15대 왕이었던 광해군과 함께 두 사람의 폐주(廢主)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연산군 재위 기간의 실록인 「연산군일기」에 보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만년에는 더욱 황음하고 패악(悖惡)한 나머지 학살을 마음대로 하고, 대신들도 많이 죽여서 대간과 시종 가운데 남아난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연산군은 백성들과 신하들을 억압하고 지배하고 착취하고 무참히 죽였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폭군이었습니다. 또한 사치와 향락, 방탕한 생활로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었던 악한 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진정한 왕이신 예수님은, 왕 중의 왕이신 예수님은 어떤 삶을 사셨습니까?

예수님의 삶은 한마디로 섬기는 삶, 사랑의 삶, 철저하게 자신을 이웃에게 내어주는 먹혀지는 삶이었습니다. 그 결과 예수님은 이 세상의 왕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에 의해서 십자가에 처형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사신 삶, 즉 섬김과 사랑으로 먹혀지는 삶, 그 내어줌의 삶은 결코 죽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당신 자신을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리이며, 우리가 가져야 할 생명이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진정한 왕이십니다. 죽음을 물리치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들의 왕 중의 왕, The King of Kings 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진정한 ‘王’의 모습은 바로 섬기는 사람, 백성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王’이란 글자를 유심히 살펴보면, 하늘과 땅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십자가’ (十)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참다운 왕은 바로 ‘십자가의 왕’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참다운 왕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입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는 예수님을 진정한 왕으로 모시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진정한 왕으로 모신다는 말은 우리도 예수님처럼 살겠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처럼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고, 자신을 이웃에게 내어주는 먹히는 삶을 살겠다는 말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지 못한다면, 예수님을 보고 왕이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섬김과 사랑과 자신을 내어주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예수님을 우리의 진정한 왕이라고 고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외협력본부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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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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