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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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꿈 CUM] 인생의 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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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평소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 온 두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청년은 늘 함께 붙어 다니면서 나쁜 짓만 했습니다. 매일 술을 마시면서, 건달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주일이었습니다. 두 청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자들이 기다리던 술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침 한 성당을 스쳐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두 청년은 성당 외벽에 있는 성당 게시판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오늘의 강론 주제 : 죄 값은 죽음뿐이다!”

두 청년은 게시판 글을 동시에 멍하니 서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뒤 한 친구가 먼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강론 주제가 뭐 저따위야! ‘죄 값은 죽음뿐’이라니 별 희한한 주제도 다 있네! 말도 안 되는 소리군!” 그러고는 옆에 있는 친구에게 신경 쓰지 말고 술집으로 빨리 가자고 재촉했습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친구는 아무 말 없이 게시판만 쳐다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죄 값은 죽음뿐이다!”

그는 이 글귀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그냥 술집으로 가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오늘 술집에 가지 않는 게 좋겠어. 기분이 찜찜하고 별로야. 난 안 갈래.”

두 친구는 결국 성당 앞에서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갔습니다. 한 친구는 평소 가던 대로 술집으로 향했고, 다른 한 친구는 마음을 돌려 성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난생처음 성당에 들어선 청년은 조용히 성당 맨 뒷자리에 앉아 신부님의 강론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지난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처음으로 지난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 청년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이 너무나도 한심하고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온갖 못된 짓, 나쁜 짓을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낸 것이 수치스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 동안 성당에 앉아 있던 청년은 제대 뒤 십자가에 못 박혀 계신 예수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결심을 한 듯 주먹을 꽉 쥐고는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날 이후 그 청년은 성당에서의 새로운 결심을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30년 뒤, 그는 드디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 그는 한 신문사의 요청에, 유년시절부터 청년, 장년 시절의 이야기를 직접 써서 신문에 기고했습니다.

그때 미국의 한 교도소에서는 한 늙은 죄수가 눈물을 흘리며 그 기사를 읽고 있었습니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동료 죄수들이 그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도대체 신문에 어떤 기사가 실렸길래 눈물을 흘려?”

죄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30년 전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네. 그런데 이 친구는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고, 나는 지금 이 교도소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하는 종신형을 받고 살고 있으니 어찌 참담하지 않겠소?”

이 이야기에 나오는 대통령이 바로 미국의 제22대와 24대 대통령을 지냈던 그로버 클리블랜드(Grover Cleveland, 1837~1908) 대통령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삶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을 계속 가면 파멸과 죽음뿐일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습관처럼 욕망에 이끌려서 그 길을 계속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죄 값은 죽음뿐이다!”

죄의 끝은 죽음뿐입니다. 때로는 끝없는 음주와 도박이 나를 망가뜨리고, 가정을 파괴하고, 이웃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멈추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또한 남을 속이고 음해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면서, 그 결과가 어떨지 두려우면서도 그 길을 계속 갈 때도 있습니다. 남을 비난하고 험담하는 나쁜 습관이 자신을 파멸시킬 독약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쉽게 고칠 줄을 모를 때도 있습니다.

회개란 방탕한 삶에서 완전히 돌아서서 새로운 길을 가는 것입니다. 음주와 도박을 끊고,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려는 삶에서 이웃을 배려하는 삶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남을 속이고 비난하며 험담했던 잘못된 습관에서 칭찬하고 격려하며 감사할 줄 아는 태도로 변화되는 것, 이것이 회개입니다.

그러나 회개와 반성은커녕 현재의 삶에 안주하고, 끊임없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서 끝없는 갈등 속에 주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수 밖에 없습니다. 회개는 결단입니다. 과감하고 용기 있는 결단이 회개입니다.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과감하고 용기 있는 결단을 통해서 새로운 길을 갔듯이, 이전의 잘못된 삶에서 완전히 돌아서서 새로운 길을 가는 것, 이것이 회개의 삶입니다. 이렇게 과감하고 용기 있는 결단으로 진정한 회개의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외협력본부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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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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