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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지체

[월간 꿈 CUM] 행복의 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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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로 이루어져 있다. 몸과 지체의 관계를 살펴보면, 정말 놀랍다. 그것은 지체 모두가 자기만을 위하지 않고, 몸과 다른 지체들을 위해 움직이며 활동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자고 일어나는데, 기상할 때 최초의 동작이 무엇인가? 대개 기지개를 켜거나 화장실을 가는 일이라고 한다. 그 전에 하는 동작이 있다.

그것은 ‘눈 뜨는 일’이다. 그 외 다른 동작은 눈을 뜨고 나서 이루어진다. 그러면 눈은 뜨고 싶겠는가? 아니다. 눈은 뜨고 싶지 않겠지만, 뇌의 작용으로 몸을 위해 뜨게 된다. 먼저 눈이 떠 수고해주기에, 다른 지체들의 동작이 가능하다. 또 마지막으로 눈을 감아야 잠을 잘 수 있다. 피부가 우리 몸의 성벽과 같다면, 눈은 몸의 보초(步哨)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어느 한 부분도 중요하지 않은 지체가 없으나, 눈은 그중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몸이 천 냥이라면 눈은 구백 냥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지체는 무엇인가?

말할 것도 없이 손이다. 손이 먼저 움직여야 일이 시작되고, 또 손이 마무리해야 일이 끝난다. 그러면서도 손은 자기만을 위한 일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자. 왼손의 장갑을 왼손이 낄 수 있는가? 못 낀다. 꼭 오른손이 끼워주어야 한다. 그리고 오른손의 매니큐어(manicure)를 오른손이 바를 수 있는가? 못 바른다. 반드시 왼손이 발라주어야 한다. 손은 많은 일을 하지만, 결코 자기만을 위한 일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

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지체가 있는데, 무엇일까?

그것은 발이다. 발은 언제나 가장 낮은 위치에서 육중한 몸을 짊어지고 다닌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머리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그래서 더러운 곳도 밟아야 하고, 가시밭길도 가야 한다. 움직이는 동안 대부분을 신발 속에 갇혀 지내기에 냄새도 풍기며, 때로는 동상과 무좀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 결과 발바닥은 바늘로 찔러도 피가 나지 않을 정도의 굳은살로 덮여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몸이 발에 해주는 일은 고작 신발과 양말 한 켤레뿐이다. 발 씻는 물과 발 닦는 수건도 깨끗하지 못하다. 그래도 요즈음은 발의 소중함이 인식되어 발톱 손질과 함께, 마사지(massage)도 하고 로션(lotion)도 발라준다. 몸의 지체들이 이러한데, 하물며 영혼과 육신으로 이루어져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하는 사람이 자기만을 위한 삶을 살아서 되겠는가?

우리가 속한 사회도 그러하다. 사회가 몸이라면 구성원인 우리는 그 지체들이다. 우리가 속한 교회가 몸이라면 신앙인인 우리는 그 교회의 지체들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눈의 역할, 손의 역할, 또 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각자가 맡은 일에 충실할 때, 그 조직이 발전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절대로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도 요즈음 협조나 봉사를 꺼리면서 자기만을 위해 살아가려는 분위기가 만연해 가니,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 사람은 어떠한 처지에 있든지,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누구나 무엇인가를 위해, 또 누군가를 ‘위하는 삶’을 살아가야만 행복해지는 것이다.


글 _ 최봉원 신부 (야고보, 마산교구 원로사목)
1977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0년 군종장교로 임관, 군종단 홍보국장, 군종교구 사무처장 겸 사목국장, 관리국장, 군종참모 등을 지냈으며 2001년 군종감으로 취임, 2003년 퇴임했다. 이후 미국 LA 성삼본당, 함안본당, 신안동본당, 수산본당, 덕산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으며, 마산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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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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