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으로부터 파견된 열두 제자들은 맡겨진 사명을 모두 수행하고 되돌아와서 예수님께 자신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습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한 말씀을 피곤할 테니 좀 쉬라는 단순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열두 제자의 파견과 귀환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외딴곳으로 가서 쉬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신앙생활에 있어 활동과 쉼의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생활의 여정이 진행될수록 예수님께서는 군중들로부터 큰 관심과 기대를 받게 되었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는 바쁜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잠시 사람들과 떨어져 제자들과 외딴곳으로 가서 쉬려고 하십니다. 그 군중들은 마치 목자 없는 양들 같은 처지에 놓여 있어서 오직 예수님께 희망을 두고 찾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과 떨어져 쉬려고 하셨을까요? 물론 예수님께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외딴곳으로 떠나시는 것은 불쌍한 군중을 더 잘 돌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다음의 내용이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시작하셨다.”(마르 6,34)

그리고 오늘 복음에 바로 이어지는 내용은 오병이어의 기적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께서 많은 사람들의 필요에 응답하여 육체적 배고픔뿐만 아니라 영적인 갈망도 온전히 채워주신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파견되었던 제자들은 다시 예수님께로 돌아왔습니다. 사도들의 삶의 출발점이자 귀환점, 곧 그들의 중심은 예수님이었습니다. 그들의 활동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쉼 또한 예수님과 함께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신앙인의 활동과 쉼의 원천이 바로 예수님과의 친교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샘에 물이 고일 시간도 주지 않고 계속 퍼서 쓰기만 한다면 얼마 가지 못해 그 샘은 바닥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시원하고 맑은 영적 샘물을 먼저 마시고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서는 침묵과 기도로 예수님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별한 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피정에 참여하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됩니다만 일상에서 예수님과 함께 쉴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선택하여 실천하는 것이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그 첫 번째가 매주 주일미사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일이 되면 신앙인들은 한 주간의 복잡하고 분주했던 일상에서 잠시 물러나 예수님과 함께 머물게 됩니다. 그 가운데 주님의 말씀을 듣고, 우리 삶이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성찰하고, 성체성사를 통해서 예수님을 직접 모심으로써 세상을 살아갈 영적인 힘과 용기를 얻게 됩니다. 이렇게 주일미사 참여는 의무이기 때문에 마지못해 수행해야 하는 또 하나의 짐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쉬고 기쁘게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한 순간입니다.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라고 하신 말씀대로 각자의 일상에서 예수님과 함께 머무는 시간을 자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고요와 침묵 속에서 예수님과 함께 쉴 줄 아는 태도는 건강한 신앙생활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영적으로 편안한 휴식을 누리는 한 주간이 되길 바랍니다.

 
유승록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