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인생의 길 (7)
독일에는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악마의 도끼 세 자루’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하루는, 온 세상에 흩어져서 활동하던 악마들이 다 모였습니다. 악마들이 모인 이유는, 인간이 사는 세상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회의’를 짜기 위해서였습니다. 전략회의 결과 만장일치로 인간을 파괴할 수 있는 ‘특수무기’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악마들 중 가장 똑똑한 악마들로 구성된 연구진이 구성되었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악마들은 드디어 인간과 세상을 파괴할 수 있는 ‘특수한 도끼 세 자루’를 만들었습니다. 악마 대장은 특별히 제작한 세 자루의 도끼를 보고 흐뭇해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특수 도끼를 만든다고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 세 도끼 중 하나만 사용해도 지구의 절반이 넘는 인간을 파멸시킬 수 있다고 하니 정말이지 대단합니다. 만약 이 세 도끼를 한꺼번에 사용한다면 분명 지구상에 살아남을 인간은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우리 모두 그동안 특수 도끼를 만든다고 고생한 마귀 과학자들을 위해 큰 박수를 보냅시다!”
악마들은 승리를 확신하면서 낄낄거리며 환호성을 지르고, 악마 과학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악마 과학자들이 만든 첫 번째 도끼는 ‘붉은색 도끼’였습니다. 이 도끼는 인간의 가슴 속에 움트는 ‘믿음’을 찍어내 버리는 도끼입니다.
악마들이 만든 두 번째 도끼는 ‘파란색 도끼’였습니다. 이 도끼는 인간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희망’을 잘라내는 도끼입니다.
악마들이 만든 세 번째 도끼는 ‘검은색 도끼’였습니다. 이 도끼는 인간의 마음속 깊이 자라고 있는 ‘사랑’을 찍어내 버리는 도끼입니다.
이렇게 악마들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찍어내 버리는 도끼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신앙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잘 일깨워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믿음’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불행한 삶이 되겠습니까?
‘희망’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허무하겠습니까?
‘사랑’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메마르고 적막하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당신 죽음을 통해 우리들에게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주셨습니다. 우리들에게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주시기 위해서 당신 생명과 목숨을 던지신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주시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나아가 우리는 예수님께서 베푸시는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볼 때 인간에게 있어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은 목숨과도 같습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은 바로 ‘생명’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은 삶의 전부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랑’은 ‘믿음’과 ‘희망’을 모두 포괄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곧 ‘믿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서로를 믿지 않고서는 절대로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랑’은 곧 ‘희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희망’은 서로가 진정으로 사랑할 때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포기하는 것은 곧 ‘믿음’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사랑’을 포기하는 것은 곧 ‘희망’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볼 때 사랑을 포기하고 거절하는 것은 곧 하느님을 포기하고 하느님을 거절하는 것이 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깜짝쇼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당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기적 사건이 결코 아닙니다. 예수님을 부활하게 한 것은 단순한 기적의 힘이 아니라, 사랑의 힘입니다.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단순한 기적 사건이 아니라 바로 ‘사랑의 부활 사건’입니다.
사랑은 결코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소외된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사랑의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사랑의 삶을 통해서 진정한 ‘믿음’과 ‘희망’의 열매를 맺어야 하겠습니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외협력본부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