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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혼인 예식 후 폐백 드려도 됩니다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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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혼례를 거행하거나 그에 참석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아무런 지장이 되지 않는다. 다만 혼인 당사자가 교회가 인정하는 예식을 아울러 거행하였는지가 중요하다. 출처=<전통혼례식>,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유교에서도 사후 세계를 믿습니까?

“형제들이여, 여러분 민족들의 과거 역사를 바라볼 때 무엇보다도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현인들 사상과 대중의 삶을 지배하는 영적 가치들에 대한 감각입니다. (중략) 가족에 대한 여러분의 효성과 애착, 조상에 대한 공경, 이 모든 것은 영의 우선성을 보여줍니다.”(바오로 6세의 아시아 정부들과 국민에게 보내는 라디오 담화, 1970년 11월 29일)

죽은 뒤에 사람이 어떤 세계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유교 문헌에서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유교의 여러 경전에는 조상들이 죽은 다음 승천하여 상제를 모시고 자손들을 굽어보며 보살펴 준다는 구절이 있고, 이러한 영혼 불멸 신앙은 조상 제사를 중시하는 유교 사상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공자도 유교 경전의 전통적 영혼관을 이어받아 인간의 삶이 사후에도 어떤 형태로든지 지속된다고 믿었으며 조상 제사를 중시하고 이를 극진히 모셨습니다. 다만 그는 “삶에 대해서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라며 죽음 이후를 자세히 이야기하는 대신 현세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천주교가 중국에 전파되었을 당시 지배적 이념이던 성리학은 사람이 죽으면 사람의 기(氣)가 하늘로 올라가는 혼(魂)과 땅으로 내려가는 백(魄)으로 흩어진다고 여기며 영혼 불멸 또는 사후 세계를 부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영혼 불멸 문제를 천주 문제와 더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는 궁극적 목적은 천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함이며, 영혼 불멸에 대한 신앙이 수덕의 기초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마테오 리치는 “영혼 불멸에 관해서 고대인들은 아무런 회의도 없이 심지어는 사후 천당에서 아주 오랫동안 산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으나, 현재의 지식층들은 사후에 영혼이 소멸한다고 생각하며 내세에 천당 지옥이 있음을 믿지 않는다”라고 비판하였습니다.

유교 제사의 기본 정신은 근본에 보답하고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는 ‘보본반시’(報本反始)입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제사를 통해서 자신의 근본인 하늘과 땅과 조상의 은혜를 되돌아보고 효(孝)를 다하고자 합니다. 조상 제사를 중시하는 자세는 유교 경전의 영혼 불멸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유교를 따르는 사람들은 사후 세계보다는 살아 있을 때의 도리와 공경에 치중합니다. 유교는 조상에 대한 공경과 더불어 현재를 살고 있는 후손의 어진 삶을 강조합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유교식 전통 혼례를 해도 됩니까?

“명백하게 신앙과 도덕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도 사람들이 그들의 예식·습관·관습을 바꾸도록 시도하지 말고 어떤 구실로도 그렇게 설득하지 마십시오.”(교황청 포교성성이 통킹과 코친차이나 대목들에게 보낸 훈령, 1659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트리엔트 공의회를 따라 “혼인성사 거행에서 ‘어떤 지역이 다른 훌륭한 풍습이나 의례를 사용하고 있다면, 이를 온전히 보존하기를 거룩한 공의회는 간절히 바란다’”(전례 헌장 77항)고 가르칩니다.

그러므로 전통 혼례를 거행하거나 그에 참석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신앙에 아무런 지장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혼인 당사자가 교회가 인정하는 혼인 예식을 아울러 거행하였는지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오늘날 혼인하는 가톨릭 신자들은 가톨릭교회의 예식에 이어 일반적으로 전통 혼례 예절 가운데 하나인 폐백을 드립니다. 폐백은 신부가 시댁에 와서 시댁 어른들에게 인사드리는 예절로 윗사람에 대한 공경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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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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