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시간만을 위한 특별한 복식들이 있지요. 주로 신부님이나 전례 봉사자의 복식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직자나 전례 봉사자 외의 신자들도 미사 때 착용할 수 있는 복식이 있습니다. 미사 등의 전례 중에 세례를 받은 여성 신자들이 쓰는 베일, 바로 미사보입니다.
교회가 전례 중 미사보를 사용한 것은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의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말씀(1코린 11,2-16)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편지에서 바오로 사도는 “어떠한 여자든지 머리를 가리지 않고 기도하거나 예언하면 자기의 머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11,5) 전례 때 여성은 베일을 써서 머리를 가리라는 것이지요. 심지어 “남자가 여자를 위하여 창조된 것이 아니라 여자가 남자를 위하여 창조되었습니다”(11,9)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이 구절들만 봐서는 남녀를 차별하는 것 같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정말 미사보로 남녀를 차별한 것일까요? 사실 바오로 사도는 오히려 교회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자주 강조한 분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여성의 머리를 가리는 것에 관해 언급한 후에 바로 “그러나 주님 안에서는 남자 없이 여자가 있을 수 없고 여자 없이 남자가 있을 수 없다”면서 “모든 것이 하느님에게서 나온다”(11,11-12)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편지에서도 성별, 출신 모두 관계없이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갈라 3,27-28)라며 예수님 안에서 모두가 평등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성서학자들은 바오로 사도가 머리를 가리라고 한 것이 당시 그리스도교 풍습을 말한 것일 뿐, 절대적인 규칙이나 본질적인 신앙의 행위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코린토 1서 강해」를 집필하신 이영헌 신부님(마리오·광주대교구 성사전담)은 “여성이 머리를 가리는 것은 당시 코린토의 문화 안에서 예의였다”면서 “바오로 사도가 머리를 가리라고 한 것은 기도할 때 예의를 지키도록 당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살던 시대의 문화에서 시작된 미사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사보에는 더 큰 의미가 담기게 됐습니다. 세례 받은 신자가 입는 ‘흰옷’을 나타내게 된 것이지요. 세례성사에서 흰옷은 세례 받는 사람이 “그리스도를 입었다”(갈라 3,27)는 것과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했음을 상징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243항) 이런 이유로 세례성사의 흰옷을 입는 예식에서 미사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미사보는 하느님 앞에서의 겸손도 뜻합니다.
미사보 착용은 의무가 아니라 자유입니다. 쓰고 싶은 분만 쓰시면 되지요. 미사보에 있어서는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특별히 선택할 수 있다는 권한이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일 듯합니다.
혹시 ‘예수님을 입고’ 더 깊이 예수님의 성찬례에 함께하고 싶으시다면 미사보를 쓰고 미사에 참례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를 포함한 남성분들은 미사보를 선택할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