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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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당한 이웃 ‘이주민’

[월간 꿈 CUM] 즐기는 꿈CUM _ 영화 (9) 토리와 로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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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화_토리와 로키타(2023) 포스터

 


불편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게 우리가 사는 진짜 세상’이라고, ‘집 밖으로 나와 거리에 가득한 고통과 마주하라’면서 닫힌 문을 두드립니다. 그 대표적인 이들의 앞자리에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가 있습니다.

청년실업과 빈곤(‘로제타’-199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10대 부모의 방황(‘더 차일드’-2005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버려진 아이(‘자전거 타는 소년’), 위기의 노동자(‘내 
일을 위한 시간’) 등…. 다르덴 형제 감독의 카메라는 사회의 주변부에서 만나는 아픔의 현장을 투박할 정도로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우리의 몰인정을 질타하지요.

이들 형제의 최근작 ‘토리와 로키타’는 ‘이주민’을 주목합니다. 아프리카에서 벨기에로 밀항한 소녀 ‘로키타’의 꿈은 합법적인 체류증을 받아 동생 ‘토리’와 함께 사는 것입 
니다. 둘은 친남매는 아니지만,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서로에게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동반자이자 보호자입니다.

로키타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토리와 법적인 남매로 인정받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정당하게 번 돈으로 토리를 학교에 보내고 사람답게 살게 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로키타의 소박한 바람은 이주민을 불결한 소모품쯤으로 여기는 편견과 냉대 앞에서 허망한 신기루일 뿐입니다. 마약 운반책으로 전락한 어린 불법체류자는 점점 더 깊이 범죄와 폭력의 늪에 빠져들고 말지요.

영화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소년 소녀의 눈물겨운 우애와 그들을 막다른 길로 내모는 잔인한 세상을 극명하게 대비하면서 관객의 애를 태웁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어린 주인공들에게 반전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게 현실이니까요. 다르덴 형제가 만드는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가차 없이 사실적입니다. 덕분에 높은 진정성을 획득하지만 보는 이의 마음은 아리고 무겁습니다.

우리나라에도 2백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살고 있고, 그 가운데 40만 명 이상이 불법체류자입니다. 끔찍한 사고를 당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그들의 뉴스가 갈수록 빈번하게 들려옵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이 처한 비인간적인 처지가 잠시 눈길을 끌지만, 금세 잊히고 말지요.

우리들의 오랜 무관심이 새로운 이웃들을 더 이상 궁지로 내몰지 않기를, 다르덴 형제의 서늘한 영화가 우리의 각성제가 되어주기를 소망합니다.


글 _ 변승우 (명서 베드로, 전 가톨릭평화방송 TV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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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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