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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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내면과 소통하고 하루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87. 당신의 수면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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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면 장애와 관련한 많은 연구가 스마트폰 사용과의 연관성을 밝혀내고 있다. 자야 하는 시간임을 잘 알면서도 수면을 미루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Wikimedia Commons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어렸을 때 많이 듣고 종종 불렀던 노래다.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모범 덕목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물론 지금의 어린이에게는 생소한 노랫말일 것이다. 집집마다 아침에 못 일어나는 자녀들로 인해 사투를 벌이는 부모들이 참 많다. 타 지역에서 학업을 하는 자녀에게 아침마다 전화해서 깨우는 부모도 있다.

물론 현대에는 어른들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매우 힘겨운 일이 되었다. 성소자가 수도원에 들어와서 가장 힘든 일이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니 말이다.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수면의 질이 저하되어 만성피로로 각종 질환을 앓고 사는 사람, ‘저녁형 인간이라서?’라고 하기엔 너무도 심각하지 않은가?

최근 수면 장애와 관련한 많은 연구가 스마트폰 사용과의 연관성을 밝혀내고 있다. 자야 하는 시간임을 잘 알면서도 수면을 미루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침을 미루고 습관적으로 텔레비전 리모컨이나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피로감과 나른함으로 일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독일의 드레스덴 공과대학교(TU Dresden) 연구팀이 ‘취침 미루기’ 현상에 관해 2020년 ‘영국 심리학 저널(British Journal of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의지력’과 수면의 질 사이에 중요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곤한데도 잠을 자지 않는 그룹은 대부분 ‘의지력은 쉽게 고갈된다’고 믿었다. 이들은 스트레스가 많은 날일수록 수면을 더 미루는 현상까지 보여주었다.

반면 ‘의지력은 원하기만 하면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많아도 취침 미루기 현상이 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깐 의지력 그 자체가 수면습관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력’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통제력과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말해준 것이다.

전통적인 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의지력은 고정된 무한자원이 아니고 일종의 ‘배터리’ 같다고 봤었다. 그렇기에 재충전을 해줘야 인내심과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자기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 의하면 의지력 고갈은 사람들의 기저 믿음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며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더 큰 것은 바로 자신의 의지력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다.

언젠가 M세대들의 토론에서 ‘의지’란 말이 불편하다는 표현이 나왔었다. ‘의지력’을 자기 억제로 규정하고 효율성 있게 자기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필요할 때만 의지력을 발휘하고 나머지는 최소화하면서 스마트하게 자기조절을 한다는 것이다. 경계 없는 디지털 사회에서 선택적으로 집중하고 통제하면서 최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피로와 과도한 정보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지혜로운 선택일 수도 있다. 동시에 자신의 의지력에 대한 믿음은 가져야 할 것 같다. 자신의 의지력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깨지기 쉬운 유리잔 다루듯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의지는 훈련을 통해 견고해진다. 내면의 의지를 믿고 신뢰할 때 반복이 가능하다. 반복은 습관이 되고 어느 순간 마음의 근육으로 자리 잡으면 쉽게 고갈되지 않는다.

쇼펜하우어는 우리의 모든 활동은 판단하고 선택하는 논리적 사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의지의 작용이라고 한다. 의지는 무의식에서 나오기에 재충전을 해주지 않아도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의지력은 자기 억압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 적극적인 선택을 통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너는 할 수 있어’라는 타인에 의한 강요가 아닌 나 스스로가 내적 자원에게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면서 나오는 빛나는 의지다.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싶다면 우선 각자 자신의 ‘의지’에게 무한한 신뢰와 박수를 보내자.



<영성이 묻는 안부>

우리의 수면 안녕하십니까? 침대에 누우면 바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드시나요? 혹시 텔레비전 리모컨이나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수면시간을 미루게 되나요? 밤이면 무너지는 의지력이기도 합니다. 자녀들은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채팅이나 게임을 하고 있고, 어른들 역시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점 우리는 밤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밤은 내면과 소통하고 하루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에 몰두하여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내면을 돌아보고 평화를 찾는 시간이 사라지고, 불안으로 불면을 앓고 있는 환자가 늘어갑니다. 고요하게 하루를 잘 마무리해야 나의 의식이 안녕합니다. 하루의 요란한 생각들이 침묵 속에 밀알처럼 죽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밤의 수면으로 몸은 죽고 영혼이 새롭게 부활하는 신비로운 느낌을 만끽해보세요. 밤의 어둠을 통해 영적 빛이 드러납니다. 밤의 고요한 침묵과 평화는 내적 성찰로 안내해주고 하느님과 더욱더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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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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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저의 하느님, 주님을 찬송하나이다. 저의 하느님, 주님을 높이 기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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