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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에스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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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이 시작됐을 때 국군은 속수무책으로 북한군에게 밀렸고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북한군의 수중에 떨어졌다. 1950년 7월 5일에는 미군의 스미스 특수임무부대가 오산 죽미령에서 북한군을 상대로 첫 전투를 벌였는데, 세계 최강인 미군이 처참하게 패배했다.


북한군에게는 소련제 전차가 있었는데 국군에게는 전차를 파괴할 만한 화력이 없었다. 그래서 국군이 할 수 있는 일은 북한군 전차에 직접 올라가 해치를 열고 준비한 수류탄, 화염병을 안으로 던져 제압하는 것이었다. 물론 전차에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국군들은 결사대를 자원으로 뽑았다.


6·25전쟁 하면 남성들만 주로 언급되는데, 사실은 1950년 8월에 해병대 4기 모병에 1300여 명 중 여성에 126명이나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다. 1950년 9월 6일 서울수복 후 여군 500명 모집에 수천 명이 몰렸다고 하니 당시 여성들의 애국심도 대단했다. 최근 한 모임에서 요즘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는데 우리나라도 걱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한 전문직 여성이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터지면 바로 입대해야죠”라고 담담하게 말해서 모두 깜짝 놀랐다.


성경에서 용감한 여성을 꼽을 때 에스테르가 빠지지 않는다. 베냐민 지파 모르도카이는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가 예루살렘에서 잡아 온 포로 중 한 명이었다. 모르도카이는 왕궁에서 일을 했는데 용모가 빼어난 에스테르를 양녀로 삼았다. 나중에 에스테르는 크세르크세스 대왕의 왕비가 되어 목숨을 걸고 유다인들의 생명을 구하는 애국 여성이 되었다.


모르도카이는 우연히 왕을 가까이에서 지키는 두 내시의 반역 모의를 듣게 된다. 모르도카이는 이 일을 고발하였고 두 내시는 처형된다. 모르도카이는 이 일로 왕의 신임을 더 얻게 된다. 한편 이 두 내시와 이해관계가 있었는지 재상 하만은 이 일로 모르도카이와 그의 민족 유다인들을 말살하려고 작정한다.


에스테르가 왕후가 된 후 모르도카이도 궁궐 대문에서 일을 보게 되었다. 모든 신하들은 재상 하만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지만 모르도카이는 무릎을 꿇으려 하지 않았다. 하만은 왕에게 유독 유다인들만이 다른 민족과 화합하지 않아서 앞으로 위협이 되기에 처단해야 한다고 고발하고 왕에게 허락까지 받았다. 이 사실을 모두 알게 된 모르도카이는 옷을 찢고 자루 옷을 입은 다음 재를 뒤집어쓰고 대성통곡을 하며 에스테르에게 소식을 전했다.


에스테르는 유다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사흘 동안 자신을 위해 단식기도를 올려달라고 부탁하고 자신도 왕궁에서 단식기도를 하겠다고 답을 보냈다. 그 뒤에 죽음을 무릅쓰고 왕을 만나 유다인들을 학살하려는 하만의 음모를 폭로했다. 에스테르의 지혜로 하만이 되치기를 당해 오히려 죽게 되었다. 에스테르가 모르도카이에게 보낸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다인들 사이에 많이 회자되고 있다. “법을 거스르는 것이긴 하지만, 임금님께 나아가렵니다. 그러다 죽게 되면 기꺼이 죽겠습니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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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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