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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사랑 속에 그리스도인의 참삶을 살아야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93) 요한의 첫째·둘째·셋째 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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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의 첫째·둘째·셋째 서간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는 신앙 고백을 바탕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사랑과 믿음의 참삶을 충실하게 살아갈 것을 그리스도인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콘스탄츠의 마스터 하인리히, ‘예수님 품에 기대어 쉬고 있는 요한 사도’, 14세기 초반, 목재,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 벨기에.


신약 성경은 사도 시대 때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자기 나름으로 해석해 교회의 분열을 일으키는 이단자들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초대 교회 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자들로 인해 교회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오고 있습니다. 요한의 첫째·둘째·셋째 서간도 이러한 배경에서 쓰였습니다.

요한의 서간들은 신앙의 순수성을 위협하는 이단을 퍼뜨리는 자들을 ‘그리스도의 적’(1요한 2,18.22; 4,3; 2요한 7), ‘거짓 예언자’(1요한 4,1), ‘거짓말쟁이’(1요한 2,22), ‘속이는 자’(2요한 7)라고 규정합니다. 이들은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의 일원이었으나(1요한 2,19) 이젠 그리스도에게서 유래하지 않는 교리를 퍼뜨려(2요한 10) 믿음을 충실히 지키는 신자들을 탈선시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1요한 2,26; 3,7) 요한의 서간들은 이들이 세상에서 나와 이 세상에만 속한 자들로서(1요한 4,5) ‘사람을 속이는 영’이 이끄는 대로 행동한다고 비난합니다.(1요한 4,6)

교회를 위협하는 이들은 신비주의에 빠진 ‘영지주의자들’입니다. 이들은 하느님을 뵙고(1요한 3,6; 3요한 11), 그분과 일치를 이루며 살고 있으며(1요한 2,3), 빛 속에 있기에(1요한 2,9) 하느님을 완전히 안다(1요한 2,4)고 자처합니다. 이는 교회 가르침에 명백히 반대되는 주장이며 행위입니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강생을 부인하면서(1요한 4,2; 2요한 7) 예수님이 그리스도가 아니며(1요한 2,22) 하느님의 아드님도 아니라고 가르칩니다.(1요한 4,15) 그러면서 자기들은 죄가 없다(1요한 1,8. 10)며 계명(1요한 2,4)과 형제애를 실천하는 일에 전혀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1요한 2,9)

요한의 서간들은 영지주의자들을 경계하며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드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1요한 2,2; 4,2; 2요한 7)하고, 그리스도인들에게 처음에 받은 가르침을 충실하게 실천할 것을 권면합니다.(1요한 1,1; 2,7; 3,11; 2요한 5.6) 그래서 요한의 첫째 서간은 “내가 여러분에게, 곧 하느님 아드님의 이름을 믿는 이들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5,13)라고 밝힙니다. 헬라어 신약 성경은 ‘Ιωαννη Α·Β·Γ’(요안네 알파·베타·감마),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Ioannis Ⅰ·Ⅱ·Ⅲ’,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요한의 첫째·둘째·셋째 서간’으로 표기합니다.

성경학자들은 동일 인물이 요한의 세 서간을 썼다고 봅니다. 세 서간의 문체나 담긴 가르침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가 이 서간들을 썼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요한 2·3서는 글쓴이 자신을 단지 ‘원로’라고 밝힐 뿐입니다. 그리고 요한 1서에선 글쓴이 자신을 ‘예수님을 직접 뵌 목격 증인’(1,1-3; 4,14)이라고 소개합니다. 오늘날까지 교회의 전승은 요한 사도가 이 서간들을 썼다고 합니다.

요한의 첫째 서간(이하 요한 1서)은 총 5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서간의 핵심 주제는 ‘하느님과의 친교’입니다. 요한 1서는 하느님과 나누는 친교의 기준을 세 단계로 제시합니다. 첫째 단계는 ‘죄를 끊어 버리는 것’입니다.(1,5─2,28) 하느님과 나누는 친교는 하느님의 빛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우선 죄에서 벗어나 빛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사랑의 계명을 준수하고, 그리스도의 적이 나타나고 항구히 주님께 대한 믿음을 지키는 것입니다.

둘째 단계는 ‘의로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2,29─4,6) 하느님 아드님의 모범을 따라 의로움을 실천하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에 따라 영을 식별합니다. 셋째 단계는 ‘사랑과 믿음을 실천하는 것’입니다.(4,7─5,12)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내려와 믿음 안에 뿌리를 내립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 대한 믿음은 사랑의 뿌리입니다. 요한 1서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4,8)라고 고백합니다. 이는 신약 성경의 핵심 가르침입니다. 사랑은 자신을 내어 줌과 동시에 친교이며 나눔입니다. 사랑은 아버지 하느님과 성자 하느님을 하나로 결합시킬 뿐 아니라 당신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과도 하나가 됩니다.

요한의 둘째 서간(이하 요한 2서)은 12절, 요한의 셋째 서간(이하 요한 3서)은 13절로 구성돼 있습니다. 요한 2서는 그리스도인은 진리를 아는 사람으로 하느님 아버지께서 내리셨고 또 교회 안에서 처음부터 전해 온 계명의 빛을 받으며 그 진리에 따라 살아가며 다른 이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이는 요한 1서의 주제와 같은 내용입니다.

요한 3서 역시 진리에 따른 삶은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유인하는 자들의 자세와 대비되는 것이라며 선교사들에게 협조할 것을 당부합니다.

이처럼 요한의 서간들은 그리스도인이 실천해야 할 참삶을 제시합니다. 이 참삶은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는 삶입니다. 이 친교의 삶은 사랑의 실천에서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참삶의 기준은 ‘믿음’과 ‘사랑’입니다. 이는 성령을 알아볼 수 있는 기준입니다. 그래서 요한의 서간들은 모든 희망을 그리스도께 걸라고 당부합니다. 그러면서 교회를 분열하는 신앙의 위기가 닥쳤을 때 죄를 끊어버리고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의 증인이 될 것임을 선언한 세례 때의 신앙 고백을 충실하게 실천할 것을 요구합니다.


 


리길재 선임기자 teotokos@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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