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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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독(毒)일까? 약(藥)일까?

[월간 꿈 CUM] 인생의 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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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악마가 열 개의 병을 들고 한 젊은 청년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보게. 이 열 개의 병 중에 아홉 개의 병에는 꿀물이 들어 있고, 딱 한 개의 병에만 독이 들어 있다네. 만약 꿀물이 든 병을 찾아 마시면 내가 자네에게 10억을 주겠네.”

악마의 제안 앞에 젊은 청년은 고개를 흔들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 아무리 돈이 좋아도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걸고 도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찾아가 보십시오!”

악마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같이 젊은 청년을 찾아가 똑같은 방법으로 유혹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청년은 악마의 끈질긴 설득에 마음이 그만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내 인생에 10억이라는 돈이 언제 생기겠어. 열 병 중에 독이 든 병은 딱 한 병밖에 안 되는데, 확률적으로 분명 내가 유리해! 까짓것 눈 한번 딱 감고 해 보는 거야!”

결국 젊은 청년은 악마의 유혹에 빠져 열 병 중 한 병을 골라 떨리는 손으로 마셨습니다. 그 결과, 운 좋게도 젊은 청년은 독이 든 병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0억이라는 엄청난 돈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운 좋게 10억을 번 젊은 청년은 기뻐하면서, 매일 같이 흥청망청 마시고 즐기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다 10억을 거의 다 탕진했을 무렵, 악마는 또다시 젊은 청년을 찾아와 유혹했습니다.

“이보게 젊은이, 아직 아홉 병이 남았네. 이 아홉 병 중에 독이 든 병은 딱 한 병뿐이야. 확률상 아직도 자네에게 유리해! 만약 이번에 또다시 운 좋게 자네가 독이 든 병을 피한다면 20억을 주겠네.”


젊은 청년은 이번에도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다행히도 젊은 청년은 또다시 운 좋게 독이 든 병을 피할 수 있었고, 그 결과 20억을 벌 수 있었습니다. 젊은 청년은 너무나 기뻐 뛰며, 매일 같이 먹고 마시며 20억을 탕진해 나갔습니다. 급기야는 알코올 중독과 마약 중독에 빠지게 되었고, 마침내는 노름에 빠져 모든 돈을 탕진하고 말았습니다.

돈이 떨어져 거지가 된 젊은이는 오히려 먼저 악마를 찾아가 부탁했습니다.

“한 번만 더 하도록 도와주시오! 딱 한 번만!”

이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져 버려 젊은이는 악마를 찾아가 목숨을 건 도박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계속해서 목숨을 건 도박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젊은이도 세월 속에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목숨을 건 도박을 반복하다 보니 마침내 두 병만 남게 되었습니다. 노인은 생각했습니다.

“이제까지 나는 얼마나 운이 좋았는가! 이번에도 분명 나는 꿀이 든 병을 마실 수 있을 거야! 그래, 이번만 성공하면 100억이 생겨. 까짓것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 보는 거야!”

노인은 드디어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걸었습니다. 마지막 승부 앞에 노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남은 두 병 중 한 병을 골라 마셨습니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노인은 목숨을 건 마지막 승부에서도 운 좋게 꿀이 든 병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노인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내가 이겼어! 내가 해냈어! 100억은 내 돈이야!”

그러나 악마는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껄껄 웃으면서, 마지막 남은 한 병을 마시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어리석은 영혼아! 처음부터 독이 든 병은 없었어. 그러나 너는 이미 돈이라는 독약에 중독되어 죽어가고 있어. 너는 너의 청춘을 돈이라는 종이에 얽매여 살다가 결국 영원한 생명을 잃어버리고 말았어. 이제까지 받은 돈의 대가를 지금부터 내가 있는 지옥으로 가서 고통과 함께 지불해야 할 것이다!”
 

마리누스 반 레이메르스바엘(Marinus van Reymerswale, 1490~1546)의 ‘환전업자’(Geldwechsler), 16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외협력본부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을 지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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