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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94) 유다 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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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서는 인간 본성만 따라 사는 영지주의적 삶을 경고하고 믿음과 희망, 사랑의 향주삼덕으로 살아갈 것을 권고한다. 미카엘 대천사상, 몬트제 성 미카엘 대성당, 오스트리아.


유다 서간(이하 유다서)은 베드로의 둘째 서간에 많은 영향을 준 정경입니다. 그래서 유다서의 중심 내용은 베드로의 둘째 서간과 마찬가지로 ‘거짓 교사들을 조심하라’는 경고입니다.

거짓 교사들은 그릇된 교리를 퍼뜨리고 문란한 생활을 조장해 교회에 분란과 분열을 일으키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정통 교회에 적대적인 자들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천사들을 모독했습니다. 그래서 유다서는 이들을 ‘불경한 자들’이라고 단죄하고, ‘육욕에 빠진 자’, ‘꿈꾸는 자’, ‘본성만 따르는 짐승 같은 자’, ‘자신만 돌보는 이기주의자’, ‘불평불만꾼’, ‘아첨꾼’이라고 비난합니다.

이들 거짓 교사들은 아마도 당시 교회 안에서 골칫거리였던 ‘영지주의자들’이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으로 개종했다가 그리스도교 신앙을 부정하게 된 자들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뛰어난 지식과 완전한 자유를 천부적으로 타고났다고 자부해 인간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유일하고 참된 영적 지혜를 스스로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육체를 업신여겨 그리스도의 강생도 부정하는 자들이었습니다. 유다서는 이들을 성령이 아니라 자기 본능에 따라 방탕한 생활을 하는 ‘현세적 인간’(19절)으로 규정했습니다.

유다서의 저자는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며 야고보의 동생인 유다”라고 밝힙니다.(1절)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유다’라는 이름을 가진 이는 두 명이 있습니다. 바로 타대오(마르 3,18; 마태 10,3)라고도 불리는 ‘야고보의 아들 유다’(루카 6,16; 사도 1,13)와 주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입니다. 하지만 유다서의 저자는 이들이 아니라 예수님과 야고보, 요세(요셉), 시몬과 형제인 유다입니다.(마르 6,3; 마태 13,55 참조) 오늘날 근동도 마찬가지이지만 성경에서 ‘형제’는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동기뿐 아니라 가까운 친척도 가리킵니다.(창세 13,8; 14,16; 29,15; 레위 10,4; 1역대 23,22)

오늘날 성경학자들은 주님의 동생 유다가 유다서를 직접 쓰진 않았으리라 추정합니다. 왜냐하면 서간의 여러 내용이 사도 시대 이후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다서 17절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기억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경학자들은 교회 지도자 중 한 명이 유다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빌려 이 서간을 썼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80~90년께 유다서가 쓰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유다서는 로마와 알렉산드리아·카르타고 교회에서 일찍부터 성경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시리아 교회에서는 4세기까지 성경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를 선보인 예로니모 성인은 유다서가 교회에 알려지지 않은 문헌들을 이용했기에 사람들이 경전으로 받아들이기를 주저하게 됐다고 전합니다. 헬라어 성경은 ‘Ιουδα’(유다),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Iudae’,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유다 서간’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유다서는 모두 25절로 구성돼 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의 공동 구원’에 관해 쓰려했으나 교회에 잠입해 참신앙을 거스르는 내용을 가르치는 불경한 자들에 관한 소식을 듣고 거짓 교사들을 경고하고 이들과 맞서기 위한 내용으로 고쳐 씁니다.(3-4절)

영지주의는 오늘날에도 교회의 큰 적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서 하느님 은총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오로지 자유 의지에 따라 구원될 수 있다며 극단적인 금욕을 실천했던 펠라지우스주의와 함께 영지주의를 ‘성덕의 교묘한 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교황은 영지주의는 하느님과 하느님 은총의 신비든, 하느님의 초월성을 인간이 조정할 수 있다고 여겨 결국 그리스도 없는 하느님, 교회 없는 그리스도, 하느님 백성 없는 교회에 이르게 한다고 경계했습니다.

유다서는 거짓 교사를 세 가지 형태로 식별합니다.(1-4절) 첫째, 이들은 불경합니다. 하느님을 공경하는 마음이 전혀 없으며 주님께서 드러내 주신 진리와 참된 생활양식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둘째, 이들은 방탕합니다. 불륜을 저지르고 변태적인 육욕에 빠진 자들입니다. 셋째,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심을 부인합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의 기본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입니다.

유다서는 거짓 교사들이 심판을 받고 세 가지 벌을 받을 것이라 합니다.(5-8절) 첫째, 이들은 이집트를 탈출한 후 하느님의 수많은 표징과 기적을 보고도 믿지 않은 자들처럼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둘째, 이들은 자기 영역을 이탈해 사람의 딸을 아내로 삼은 천사들처럼 감옥에 갇힐 것입니다. 셋째, 이들은 소돔과 고모라 사람들처럼 유황불에 멸망할 것입니다.

유다서는 ‘미카엘 대천사’를 진정 본받으라고 합니다. 미카엘 대천사는 자신이 판결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긴 겸손한 하느님의 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유다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다음 세 가지를 당부합니다.(20-25절) 첫째, 지극히 거룩한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아가라. 둘째, 성령 안에서 기도하라. 셋째,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를 기다리고 자비를 베풀어라. 이 세 가지 당부는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기본 덕인 ‘믿음·희망·사랑’과 일치합니다. 하느님 본성에 참여하는 이 향주삼덕은 모든 윤리의 기초이며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당신 자녀로 영원한 생명을 누릴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주신 은총입니다.

 



리길재 선임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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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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