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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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32주일 - 참된 봉헌이란

유승록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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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향한 율법학자들과 가난한 과부의 태도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는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율법학자들의 잘못된 태도를 지적하시는 말씀과 가난한 과부의 정성된 봉헌을 칭찬하시는 두 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명예와 재물을 좇는 율법학자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신앙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고, 온 마음을 다해 하느님께 헌금하는 과부를 통해서 올바른 봉헌의 자세를 본받아야 합니다.

먼저 예수님께서 인사받기를 즐기고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잔치 때에는 윗자리를 찾는 율법학자들을 조심하라고 이르시고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도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하는 그들의 위선을 들추어내십니다. 그러면서 그들이야말로 엄중한 단죄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강한 비판은 그들이 당시 사회에서 영향력이 매우 큰 사람들이어서 그들의 악한 표양이 다른 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교회 공동체의 책임을 맡고 있는 이들은 율법학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그러한 말씀을 깊이 성찰하여 하느님의 올바른 일꾼으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새롭게 지녀야 할 것입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성전에 놓여있던 헌금함에 렙톤 두 닢을 넣는 어느 가난한 과부의 모습을 보시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여기서 렙톤은 당시 통용되던 화폐의 최소단위로 그 가치는 하루 품삯의 1/144에 해당되는 아주 적은 금액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마르 12,43)고 하시며 다른 이들은 풍족한 데에서 일부를 봉헌했지만 그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생활비 전부를 하느님께 봉헌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십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분명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봉헌물에 담긴 봉헌자의 사랑과 희생의 마음을 셈하신다는 것입니다. 위선적인 율법학자들의 태도가 거짓 신앙인의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다면,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까지도 모두 하느님께 바쳤던 가난한 과부의 태도는 신앙의 모범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제1독서(1열왕 17,10-16)에서도 과부 이야기가 나옵니다. 엘리야 예언자가 사렙타에 갔을 때 땔감을 줍고 있었던 한 과부에게 마실 물과 빵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과부에게는 먹을 것이라고는 밀가루 한 줌과 기름이 조금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과부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을 빵을 엘리야 예언자와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때부터 그 과부의 단지에는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았고 병에는 기름이 마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복음과 1독서의 과부들 이야기가 전하는 중심 내용은 다르지 않습니다. 가난한 과부들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하느님께 기꺼이 봉헌하였기 때문에 하느님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봉헌의 참된 의미가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도 하느님을 믿고 그분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살아가며 모든 소유물과 재능과 시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까지도 하느님께 봉헌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매 주일 우리 삶의 결실을 모아서 하느님께 바치는 봉헌금은 단순한 금전이 아니라 우리의 봉헌예물입니다. 그러니 마음을 담아 형편에 맞게 정성 들여 봉헌해야 합니다.

또 매일의 삶 속에서 물질적·정신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돌보는 나눔의 실천도 하느님께 드리는 봉헌의 연장입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외면하고 하느님께 나아갈 수 없습니다. 교회 공동체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무시당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당신 자신을 모두 내어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참된 봉헌의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야 합니다.

 


유승록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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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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