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일미사마다 신앙의 핵심을 표현한 신앙고백문, 신경(信經)을 바치며 우리 신앙을 고백합니다. 신경이라 하면 먼저 ‘사도 신경’을 떠올리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례를 받을 때 사도 신경을 외우고, 또 많은 본당에서 미사 중 사도 신경을 바치곤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참 친숙한 신경입니다. 그런데 미사의 공식 신경은 따로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바로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입니다.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은 325년 니케아 공의회와 381년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를 통해 결정된 교회의 공식 신경입니다. 사도 신경과 비교해 보셨다면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 더 ‘길다’는 점을 발견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냥 긴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곰곰이 살펴보신다면 다른 내용들은 대체로 비슷한 반면, ‘예수님’과 ‘성령님’에 관한 내용이 특별히 더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공의회인 니케아공의회와 그 다음 열린 콘스탄티노폴리스공의회가 열릴 당시에는 예수님과 성령님이 어떤 분이신가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니케아공의회에서는 예수님이 “성부와 한 본체로서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라는 점을, 콘스탄티노폴리스공의회에서는 성령님이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는 주님이라는 점을 천명하면서 우리의 신앙, 바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분명히 고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믿음은 가톨릭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교의 믿음이기에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은 다른 그리스도교들에서도 고백하는 신경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이렇듯 “초기의 두 세계 공의회에서 나온 신경”인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 “큰 권위를 가진다”고 가르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95항) 우리 신앙선조들이 사용하던 「천주성교공과」의 미사경의 경우에는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만 수록돼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미사 경본에도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 먼저 나옵니다. 그리고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대신에, 특히 사순 시기와 부활 시기에는, 이른바 사도 신경 곧 로마교회의 세례 신경을 바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도 신경은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도 신경은 사도들의 신앙을 충실히 요약한 신경인데요, 사도들의 숫자처럼 12가지로 우리의 믿음을 고백합니다. 교회는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의 사도좌가 있고 그곳에서 공적인 결정을 내렸던 로마교회가 간직하고 있는 신경”이라고 사도 신경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95항) 사도 신경 역시 오랜 역사 속에서 교회에 내려온 중요한 신경입니다.
그러니 미사 중 사도 신경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그러나 미사의 공식 신앙고백문은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회는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 단지 길다는 이유로 사도 신경을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합니다.(‘새 미사전례서 총지침(2002)에 따른 간추린 미사전례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