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중심부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에펠탑·루브르박물관과 더불어 파리 관광객들이 꼭 방문하는 명소다. 1163년에 시작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건축은 100년간 여러 차례의 중축을 거쳤다. 그러나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기간에는 내부 성인들 동상이 무참히 파괴되는가 하면 성전이 식품 창고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렇듯 파괴되고 방치되어 수명이 다한 것 같던 대성당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덕에 복원의 열기가 일었고, 1845년 당대 최고의 고딕건축 권위자였던 비올레 르 듀크(Violet le Duc)의 지휘로 25년 동안 복원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하지만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4월 15일 화재로 성당 목조지붕, 일명 ‘숲’이 전소되고 아름답던 첨탑도 무너졌다. 석조 일부와 스테인드글라스들도 파손됐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프랑스의 상징적인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2008년 우리나라 숭례문 화재와 비견되는데, 숭례문이 목재로 지어져 전소된 데 반해 석조건물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피해는 제한적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복원 작업을 마치고 오는 12월 8일 일반인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완전한 복원 종료는 2026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복원위원회가 밝힌 성당의 복원 원칙은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도모하고, 12세기 제작 당시에 사용하였던 재료와 기술을 반영하되 안전을 고려하여 불연재료 등도 사용하며, 일부 3D 첨단 설계기술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19세기 중반에 제작된 첨탑은 그대로 복원한다고 한다.
비올레 르 듀크가 노트르담을 복원할 당시에는 첨탑이 파괴되어 없었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포함하여 건축물이 상당히 손상된 상태였다. 그는 자신의 고딕양식 전문지식을 총동원하여 과거에 없었던 부분도 새로 추가하고 수정하여 대성당의 외관을 더욱 웅장하고 아름답게 바꾸어 놓았다. 현재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은 19세기 그의 복원과정에서 새롭게 태어난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복원의 역사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철저한 자료 연구와 기록을 강조했다는 것이 긍정적이라면 문화유산을 자신의 취향대로 임의로 변형했다는 점은 ‘원형 보존’이라는 현대 보존철학에 배치되는 사고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프랑스 복원위원회는 비올레 르 듀크의 복원작업도 노트르담 대성당의 역사로 보고 수용하기로 했다고 판단된다. 특이할 만한 사항은 19세기에 제작된 기존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박물관으로 보내고, 다니엘 뷔랑 등 프랑스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으로 교체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일련의 복원과정을 보면서 프랑스인들의 문화유산을 대하는 유연한 자세와 과감성에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