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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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믿나이다] (4) 가톨릭교회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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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 신앙은 하느님의 은총인 동시에 인간 행위이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거룩한 본성에 참여하려는 믿음, 희망, 사랑의 삶을 실천해야 한다. 호세 타피로 바로, ‘착한 사마리아 사람’,

가톨릭교회의 신앙을 지탱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 구원을 위해 십자가 수난으로 죽으셨다가 부활하셨다는 복음 선포와 이에 대한 교회의 성찰인 교의(믿을 교리), 그리고 교회 안에서 일상으로 거행되는 전례와 성사 생활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15장에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벌어진 구원 사건을 소개하며 최초로 그 의미를 해석합니다. “나도 전해 받았고 여러분에게 무엇보다 먼저 전해 준 복음은 이렇습니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나시어, 케파에게, 또 이어서 열두 사도에게 나타나셨는데, 그 가운데 더러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으므로 부활도 한 사람을 통하여 온 것입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 그러고는 종말입니다. …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 고백에서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것은, 교회가 먼저 믿고 우리에게 그 신앙을 전해 주고, 키워 주고, 지탱해 준다는 것입니다. 어디에서나 먼저 주님을 고백하는 것은 교회이며, 교회와 함께 교회 안에서 우리는 “저는 믿나이다”라고 고백하도록 인도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례 성사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신앙과 새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교회를 통해서입니다. “구원은 오로지 하느님에게서 온다. 그런데 우리는 신앙의 생명을 교회를 통하여 받게 되므로 교회는 우리의 어머니이다. 우리는 교회를 새로운 생명의 어머니로 믿는 것이지, 교회를 우리 구원의 창시자로 믿지는 않는다. 교회는 우리의 어머니이므로 또한 우리 신앙의 스승이기도 하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69)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이신지를 알려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고, 그리스도교 신앙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초자연적인 은총입니다. 믿음이 있으려면 하느님의 도움의 은총이 선행돼야 합니다. 아울러 하느님의 말씀에 자유로이 순종하는 인간의 믿음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교회는 “신앙이란 무엇보다도 인간이 인격적으로 하느님께 귀의하는 것이며, 또한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진리 전체에 대하여 자유로이 동의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50) 따라서 그리스도교 신앙은 하느님의 은총인 동시에 인간의 행위입니다.

신앙의 한 단면이 인간 행위라면 인간 스스로도 하느님의 거룩한 본성에 참여하려는 실천적 삶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교회는 이를 ‘향주덕’(向主德)이라 합니다. 주님을 향한 덕은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의 덕입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 사랑이 다른 모든 것의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믿음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계시하신 것, 또 교회가 우리에게 믿도록 제시하는 모든 것을 믿는 것입니다. 이 믿음은 희망과 사랑으로 표현돼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그분께 희망을 두지 않고, 그분께서 바라시는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바로 ‘죽은 믿음’(야고 2,26)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믿음을 간직하고 믿음으로 살아야 할 뿐 아니라, 이를 담대하게 고백하고 확신으로 증언하고 전파해야 합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1816) 이러한 믿음의 삶을 살아야 ‘참된 믿음’ ‘산 믿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희망은 하느님께서 주신 ‘행복을 갈망하는 덕’입니다.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것입니다. 이 행복은 궁극적으로 그리스도 재림 이후 하느님 나라에서 완전히 누리게 될 것이지만 이미 이 세상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희망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현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넘어 영원을 희망합니다. 둘째, 구원을 보장해 줍니다. 그리스도인은 희망을 가지고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1티모 2,4) 기도하고 그리스도와 하나 되기를 갈망합니다. 이처럼 희망은 기도 안에서 표현되고 지탱됩니다.

사랑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게 하는 덕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먼저 당신 사랑을 우리 마음에 부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에 힘입어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신 새로운 계명입니다.(요한 15,12 참조) 바오로 사도는 믿음과 희망, 사랑 가운데 으뜸은 사랑이라고 했습니다.(1코린 13,13) 사랑은 모든 덕의 바탕이며 완성입니다.

이처럼 가톨릭교회 신앙은 교회 구성원의 거룩함, 곧 성화(聖化)를 요구합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일치하고 그리스도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선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성령을 따르는 삶 곧 영성(Spiritualitas) 생활을 추구해야 합니다.



리길재 선임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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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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