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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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대림 제2주일 - 예! 여기 있습니다

이계철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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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2주일의 루카 복음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반부(1-2절)는 역사적 사실을 시대적 배경으로 제시합니다. 로마 황제 테베리우스 치세 제십오년이었고, 본시오 빌라도가 유다 총독이었으며, 당시 팔레스티나 영주들과 대사제들의 이름을 열거합니다. 그럼으로써 요한 세례자와 예수님께서는 역사적 실제 인물이시고, 여기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뿌리내렸음을 알려줍니다.

이어서 중반부(3절)는 요한 세례자가 당시 요르단 부근에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했음을 짧게 전합니다. 이 시기 팔레스티나에는 여러 형태의 세례 운동들이 있었고, 이는 죄의식에서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의례로서 민중 안에서 일어난 신앙부흥 운동이었습니다. 요한 세례자도 이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사람 중 한사람이었지만, 다른 세례 운동가들과는 달랐습니다. 다른 세례들이 단순히 죄를 씻는 의례였던 반면, 요한의 세례는 삶의 전환을 약속하며 일생에 단 한 번 받는 회개의 의례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요한의 이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마지막 후반부(4-6절)는 요한 세례자가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로서 신약의 시대를 여는, 이사야 예언자가 선포한 말씀의 책에 기록된 그대로임을 확증합니다. 여기에는 주님께 가는 길을 마련한 요한 세례자의 모습과, 모든 신앙인이 걸어가야 하는 주님께 향한 길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요한 세례자는 주님께 가는 길을 곧게 내어, 그 길을 그리스도인 모두가 걸어갈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 길은 골짜기로 인해 험하거나 심연으로 빠지지 않는 편안한 길입니다. 산과 언덕으로 가로막혀 힘들게 하지 않는 안전한 길입니다. 휘어지고 굽어져서 돌아가지 않는 반듯한 길입니다. 거칠어서 위험하고 다치지 않는 평탄한 길입니다.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면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요한 세례자는 주님께 가는 길을 한 치의 벗어남 없이 충실하고 정확하게 걸어갔고 알려주었습니다. 성인들도 가끔은 유혹에 빠지고 죄에 떨어지는데, 특히 주님의 부르심에도 의심을 품기도 하는데, 요한 세례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저 ‘예!’하고 묵묵히 똑바로 걸어갈 따름이었습니다.

사목 현장에서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봉사자를 뽑는 일입니다. “예”하고 수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사제의 권유는 거절당하기 일쑤입니다. 주님의 일을 하는 데 꼭 필요해서 함께하고 싶지만,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그것은 신자분들만의 모습은 아닙니다. 사제들도 마찬가지로 청을 잘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거절을 마치 양보와 신중함이라는 겸양의 미덕으로 포장하곤 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1년간 ‘생활 속의 복음’ 원고 청탁을 받고, 요한 세례자처럼 묵묵히 똑바로 곧은 길로 걸어가지 못한 저를 반성하며 보속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저는 수품 때 “예, 여기 있습니다”하고 사제가 되었고, 신앙인 모두는 자유로운 선택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것을 주시는 주님께 “예”라고 화답하는 것은 신앙인의 합당한 도리입니다.

대림 제2주일의 주제는 회개입니다. 회개는 잘못 살아온 과거를 고치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열심히 살아왔지만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을 결심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진정한 회개는 더 나은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예”하고 기쁘게 하느님 뜻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예, 저 여기 있습니다”하며 회개로 준비해 반갑게 만나뵈면 좋겠습니다.
 


이계철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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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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