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축하금·영유아분과 설치 등 부모와 아기 세심히 배려
출산을 앞둔 부부에게 출산축하금을 주고, 유아실 대신 성전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등 저출산 시대에 적극적으로 생명을 환대하는 본당들이 늘고 있다.
서울대교구 구로3동본당(주임 백승준 신부)은 올해 1월부터 아기를 출산한 부부에게 출생축하금 30만 원을, 문래동본당(주임 장경진 신부)은 새 생명 탄생 축하금 20만 원을 전달하고 있다. 방이동본당(주임 송경섭 신부)은 출산 축하 선물로 이달부터 60만 원 상당의 금팔찌를 선물한다.
문래동본당은 성전 내 유아실과 가까운 성당 내 좌석에 ‘아기천사 배려석’ 푯말을 설치했다. 가급적이면 영유아들이 유아실이 아닌 성전에서 부모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본당 주보에는 “아기와 함께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강제적인 사항은 아니며, 원할 경우 유아실에서 미사를 봉헌해도 된다”고 공지돼 있다. 다만 “유아실은 편의주의에서 나온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상이기에 교구에서는 되도록 유아실에서의 미사 참례를 권유하지 않고 있다”면서 “아기와 부모님들께서 성전 내에서 편하게 미사에 참여하시도록 무엇보다도 문래동성당 모든 가족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안내되어 있다. 본당은 유아실에 간이 수유 및 케어룸도 준비 중이다. 미사 중 수유를 해야 하거나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부모를 위한 세심한 배려다.
주임 장경진 신부는 “미사가 시작됐는데 유아실에서 장난감을 꺼내는 아기들을 보면서 성전에서 부모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신자들 반응은 좋은데 강제할 수는 없어 실제로 유아들이 얼마나 성전으로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구로3동본당 배은우(클라라) 생명분과장은 “큰 금액은 아니지만 주임 신부님 제안으로 축하금을 주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세 가정에 전달했다”면서 “난임 부부를 위해서도 도움을 주고 싶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영유아 자녀가 많은 본당은 생명분과를 중심으로 아기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특별히 노력하고 있다. 인천교구 은계본당(주임 김용수 신부)은 영유아분과를 개설하고, 영유아 배려석을 마련했다. 어린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성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한다. 의정부교구도 2023년부터 청소년 사목국 주관으로 아기들이 울며 보채고 돌아다녀도 되는 ‘크라잉 베이비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역촌동본당(주임 임승철 신부)은 세 자녀 이상 가정을 대상으로 다자녀 축복식을, 길음동본당(주임 오대일 신부)은 한 달에 한 번 ‘아인카렘 임신부 태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1년에 한 번 도담도담 새싹가정 축복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청담동본당(주임 양장욱 신부)은 형편이 어려운 임신부를 돕고 있고, 현재 수혜자가 100명을 넘었다.
서울대교구의 많은 본당은 임신부에게 교구장 명의 축하 카드와 배냇저고리를 선물로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28일 오후 4시 주교좌 명동대성당 내 영성센터 경당에서 본당에서 시기를 놓쳐 태아 축복식을 하지 못한 임신부를 대상으로 성가정 감사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교구 생명위원회는 지난 8월 서울 명동 1898 광장에 수유실을 마련한 바 있다.
오랫동안 가정 사목을 위해 힘써온 송영오(수원교구) 신부는 “이제 본당에서는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자녀 출산과 양육은 하느님께서 위탁하신 소명으로 모두가 그 성소를 함께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당에서 혼인하는 이들에게 성당 사용료를 받는 것을 당장 폐지해야 하며 주일학교 등록비도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