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수도원 일기 (16)
수도원에서는 해마다 대림시기가 시작되면, 해야 할 일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대림환을 만드는 것, 둘째는 예수님의 구유를 어떻게 꾸밀지 계획하는 것, 셋째는 주님 탄생 대축일에 구유를 경배할 때 드릴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다.
대림환을 만드는 것은 주로 수녀님들이 해주시고, 예수님의 구유를 꾸미는 것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고 수련 그룹이 맡아서 한다. 해마다 바오로 수도회의 영성에 맞게 구유를 꾸미는데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구유가 마련되기 때문에 올해는 어떤 모양의 구유가 나올지 기대된다. 구유에 들어갈 성모님과 요셉 성인, 아기 예수님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지지만 매스미디어를 통해 복음을 전해야 하는 성바오로 수도회의 영성에 맞게 현대적으로 그리고 미디어 환경적으로 꾸며지는 구유는 참 독창적이어서 바오로 가족 수도회 회원분들도 구유 경배에 참여하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아기 예수님의 생일을 맞이하여 구유에 봉헌할 생일 선물을 마련하는 것인데, 이것은 각자 개인이 정성스럽게 준비해야 한다. 친구 생일에 초대를 받아 가면 선물을 들고 가는 것이 예의인데, 친하지 않은 친구의 생일에 초대를 받으면 가는 길에 문방구에 들려 간단한 학용품 정도를 구입해서 선물로 가져가지만 친한 친구의 생일에 초대를 받으면 생일 선물 준비에 많은 고심을 하게 된다.
생일을 맞는 친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하여 친구가 기뻐할 만한 선물을 준비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우표 수집에 취미가 있는데 구하지 못한 우표가 있다는 것을 관심 있게 봐두었다면 그 우표를 어렵게라도 구해서 선물을 하게 되는 것처럼 아기 예수님께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선물이 아기 예수님을 기쁘게 할 만한 것인지 고민하여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수사님은 한 해 내내 아기 예수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하는 분도 계시다. 이렇게 각자 마련한 선물도 동방 박사들이 가져온 선물처럼 참 다양하다. 어떤 수사님은 일 년 동안 헌혈을 하여 모은 헌혈 증서를, 어떤 수사님은 하루에 한 가지씩 누군가를 기쁘게 해준 일을 적어 놓은 수첩을, 어떤 수사님은 자신의 묵상 노트를 봉헌하기도 한다. 나는 이번 구유 선물을 무엇으로 준비해야 할까.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그리스도교 신앙유산 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