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와 주변을 둘러보면 영혼(마음)이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특히 열정과 희망이 넘쳐야 할 젊은이들이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절망하고, 상처받아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서강대학교에 재직한 지 30년 세월이 흘러 어느덧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면서 우리 학생들의 삶에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왔다. 그래서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 프로젝트 중 가장 먼저 철학상담에 기반한 ‘치유의 행복학’이라는 교양 과목을 개설하고, 집단 상담을 병행한 철학교육을 실천했다.
또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영성·철학상담 전공 학위 과정을 신설하였다. 철학상담학 학위 과정이 생긴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부터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느지막한 나이에 삶의 도약을 꿈꾸는 다양한 분이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수님의 지도 아래 실습생이 참여하여 집단철학상담을 병행하는 철학상담 교육실습 교과목은 학부 수강생들에게 매우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그만큼 젊은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치유받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증표일 것이다.
정신분석이나 심리상담과 달리 철학상담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어떤 분은 ‘철학과 상담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아해할 것이다. 철학상담은 유럽,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20세기 후반 철학실천운동과 함께 발전한 새로운 철학 분야다.
고대로부터 철학은 이론학문만이 아닌 실천학문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정신과 마음의 평정을 지향한 스토아 철학과 에피쿠로스 철학이 이에 해당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os, 기원전 341~271)는 “철학이 영혼의 질병을 몰아내지 않는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고까지 주장했다. 중세에 오늘날과 같은 대학이 설립되고, 철학이 주요 교과목이 된 후 철학은 지나치게 사변적이며 이론적인 학문으로 변질되었으며, 이에 대한 반성이 독일에서 아헨바흐(Gerd B. Achenbach)를 중심으로 일어나 지금의 철학상담으로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내에 ‘철학상담학’ 학위 과정이 설립되었다.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노발리스(Novalis, 1772~1801)가 주장했듯 철학의 본질은 ‘삶에 활력을 주고, 삶을 도약시키는 데’ 있다. 그만큼 철학은 삶과 밀착되어 있다. 인간이 정신적 존재로서 사유하며, 그렇게 사유함에 근거하여 삶을 살아가는 존재인 이상, 철학은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단순한 자연을 뛰어넘어 있는 세계이며, 이 세계는 바로 사유하는 행위 속에 있다. 그렇기에 잘못된 사유, 무사유는 비인간적일 수 있으며, 자기 자신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올바른 사유야말로 우리가 건강하게 사는 길이기도 하다. 철학은 이 올바른 사유를 위한 지혜의 길을 처음부터 걸어왔다.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영혼에 활력을 주고 삶을 도약시키며, 상처를 치유하는 철학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이 철학과 친근해지고, 삶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