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입니다. 교회는 새해 첫날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냅니다. ‘천주의 성모’, 즉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성모님께 대한 칭호는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공식적으로 부여하였고, 1931년부터 보편 교회 축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968년부터 모든 교회가 새해 첫날을 ‘세계 평화의 날’로 정하여 평화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전구로 하느님께서 평화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교회는 성모 마리아께로부터 태어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위격의 하느님으로서 성자 구세주 그리스도이시기에 당연히 성모 마리아께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엄청난 호칭을 드렸습니다. 저는 오늘 새해 첫날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내는 것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가장 좋은 새해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에서 교우들은 신부를 친근하게 ‘빠드레(Padre,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이렇듯 사제는 목자로서 인자한 아버지의 모습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제인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 수 접어야 하는 비교 불가한 존재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성(母性)입니다. 길에서 아직 서툴러 보이는 젊은 엄마를 보더라도 그 모성의 깊이와 넓이는 세상의 크기와 비견됩니다. 그렇게 자녀를 위한 모든 어머니의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모성은 하느님 마음과 일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하신 성모님께서는 우리의 어머니도 되십니다. 우리의 부족한 점을 이끌어주시고 하느님께 전구해주십니다. 특별히 오늘 새해 첫날을 성모님의 대축일로 지내는 것은 마치 하느님께서 당신 어머니를 새해 선물로 우리에게 내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산책하면서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을 보면 모두 각양각색입니다. 같은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많고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대단한 발견입니다. 그것은 모두가 어느 어머니로부터 태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든 생존해 계시든 어머니로부터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어머니 사랑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는 사랑받고 태어난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모성)을 체험한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사랑의 씨앗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니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가 존귀해 보입니다.
지난해 8월부터 가톨릭평화신문에 투병단상을 연재했던 고 황수정 율리아나 자매가 부른 생활성가 ‘엄마의 기도가 하늘에 닿으면’을 들으면 마음 깊이 와닿습니다.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의 위대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정성 어린 마음을 쏟아주신 어머니가 계십니다. 그리고 가장 크신 어머니. 늘 하느님께 간절히 전구해 주시는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님께서 우리의 어머니로 계십니다.
혹시 새해 선물 받으셨나요?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을 준비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먼저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눈여겨봅니다. 가장 좋은 것으로 정성을 다해 준비합니다. 그가 기뻐하면 더 기쁩니다.
주님께서는 매년 새해 첫날에 교회 전례를 통해 가장 좋은 선물을 마련해주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시고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축제일을 새해 첫날부터 지냅니다. 다 함께 새해 첫 마음으로 기뻐하고 감사드립시다.
이계철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