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이고 감각적인 뉴미디어 홍수 시대에 숏폼 플랫폼은 단 몇 초 만에 다음 또 다음을 클릭하게 할 만큼 인간의 심리를 뚫고 들어왔다. 4차 산업혁명의 과학과 기술들은 국가와 사회의 시스템에 변화를 주었고, 이제 개인의 영역에까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거대한 물결을 막을 순 없지만 진정 ‘사람이 중심이 되는 변화인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우리 신앙인의 삶의 태도가, 교회는 인간 존재의 가치를 성찰하고 인간을 더 깊은 차원으로 본질적인 차원으로 초대하고 있는가? 왜냐하면 인간은 과학 기술이 그 존재와 가치를 대신할 수 없는 창조주의 모상으로 낳음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분과 친교를 하기 때문이다.
사랑, 생명, 혼인, 가족… 이 거대한 담론들을 어떻게 새롭게 만나야 할까? 아니 어떻게 원래의 모습대로 회복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다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나는 누구이지?’ ‘너는 누구이지?’를 대면하도록 한다.
‘나’가 ‘나’로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을 가진 나/인간, 비참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가진 나/인간, 고통으로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눈물이 쏟아질 만큼 아름다운 나/인간이다. 결국 아름답고 큰 존재로 만들어 주는 어떤 원리가 내 안에 있음을, 또 다른 영역으로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어 주는 어떤 원리 또한 내 안에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만나게 될 이 연재는 바로 이러한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는 나침반과 지도가 되려고 한다.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를 교회의 가르침으로 전달하려고 애쓸 것이다. 이 가르침은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는 ‘몸 신학’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원제목은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교리서다.
이 교리는 성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979년 9월 5일 시작해 1984년 11월 28일까지 5년 동안 129회에 걸쳐 선포된 교회 가르침이다. 교황은 전 세계에서 온 순례객들을 하나의 교회로 보고, 교황을 만나러 온 그들에게 매주 수요일 일반 알현 시간을 통해 목자로서 그들을 안내했던 것이다.
전체 129과로 이루어진 이 교리는, 몸의 구원에 관한 그리스도의 말씀에서 출발한다. 창세기 1장과 2장을 근거로 둔 인간의 근원과 그 정체성의 특징을 말하는 한처음편(1-23과), 창세기 3장 이후 욕구에 의해 변화된 인간의 시각을 어떻게 회복하는지에 대한 마음의 구원편(24-63과), 육의 부활을 믿지 않았던 사두가이들과의 대화에서 육의 부활편을(64-72과), 구약시대에는 없었지만 예수님에 의해 선포된 하늘나라를 위한 독신과 동정편(73-86과) 그리고 혼인과 혼인성을(87-113과), 문헌 「인간 생명」(114-129과)에 관한 주석으로 이루어졌다. 성경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그 바탕 위에 이 가르침은 펼쳐지고 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이 가르침을 환영하고, 자신의 사고와 삶을 변화시키고, 자신이 얻은 기쁨과 행복으로 주변에 그 영향을 주고 있다. 함께 나아가는 모습으로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만약 몸(육-정신-영혼), 사랑(에로스-아가페), 자신과 공동체(개인과 사회)를 규범론과 단일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나를, 너를, 그리고 하느님과의 만남과 친교를 더 깊이 할 수 있을 것이고, 인간의 존재와 가치에 변화를 줄 것이다. 그러므로 이원론적, 결의론적 사유의 원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글 _ 김혜숙 막시마(그리스도 왕직 재속 선교사회)
김혜숙 선교사는 교황청립 혼인과 가정 연구를 위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그리스도 왕직 재속 선교사회 회원으로, 현재 ‘몸·혼인·가정 신학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사랑, 그 아름다운 역동성-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랑의 신학」, 「그대, 나의 얼굴」 등이 있고, 역서로는 「사상과 영성」,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몸 신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