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 사도의 첫 설교, 곧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복음 선포를 듣고 회심하여 세례를 받은 이가 3000명, 그리고 곧바로 장정만 5000명에 달한다고 사도행전을 알려줍니다.(사도 4,4 참조) 당시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유다인들은 학자들에 따라 2만에서 6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사도행전의 기록을 그대로 따르면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이들이 결코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첫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를 이룬 신자들은 예루살렘에서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며 함께 기도하고 나누는 새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그리고 사도들을 통하여 많은 이적과 표징이 일어나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다.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 주님께서는 날마다 그들의 모임에 구원받을 이들을 보태어 주셨다.”(사도 2,42-47)
사도행전은 초대 교회 모습을 역사적 사실로 충실하게 묘사합니다. 첫째, 초대 교회 신자들은 사도들의 ‘신앙을 공유’합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았고, 이 가르침으로 성장한 신앙은 사도들에게서 받은 교회의 신앙이며, 나눔으로써 풍부해지는 생명의 보화입니다. 사도(使徒)는 헬라어 ‘?π?στολος’(아포스톨로스)를 한자로 풀이한 단어로, 우리말로 ‘파견된 자’란 뜻입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이신 예수님을 파견하셨죠. 지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 가운데 열둘을 세워 ‘사도’라 하며 그들과 함께 지내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셨습니다.(마르 3,13-14 참조) 예수님께서는 그러면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하시고, “너희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마태 10,40)이라며 아버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당신 사명에 열두 사도를 참여시키십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 따라 신자들은 사도들과 그들의 후계자들이 여러 형태로 주는 가르침과 지도를 온순하게 받아들입니다.
둘째, 초대 교회 신자들은 ‘성사를 공유’합니다. 세례로 그리스도교에 입문한 그들은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에 전념했습니다. “모든 성사의 효과는 신자 전체의 것이다. 성사들, 특히 사람들이 교회로 들어오는 문과 같은 세례 성사는 모두를 서로 묶어 주고 또 예수 그리스도께 결합시키는 거룩한 끈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교부들의 신경 풀이에서는, 모든 성인의 통공을 성사의 공유로 이해하고 있다. (?) 성사는 우리를 하느님과 결합시켜 주므로, 모든 성사는 친교의 성사라 할 수 있다. (?) 그러나 이러한 친교를 완성시키는 주된 성사는 성체 성사이므로 친교의 성사라는 말은 성체 성사에 더 적합하다.”(「가톨릭교회 교리서」 950항)
그리스도인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주님 가르침을 우리 생활 안에 구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영성 생활’의 목적이기도 하지요. 하느님의 은총과 영원한 생명의 원천이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초대 교회 신자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통해 알았기에 주님을 닮고자 성사를 공유하는 영성생활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요한 사도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중대한 사실을 전해줍니다. “하느님의 아들을 모신 사람은 생명을 가진 사람이고 그 아들을 모시지 않은 사람은 생명을 가지지 못한 사람입니다.”(1요한 5,12)
셋째, 초대 교회 신자들은 ‘성령의 은사를 공유’합니다. 그들은 사도들이 행하는 많은 이적과 표징을 목격하였습니다. 성령의 은사는 신자들이 하느님 자녀로서 더 깊이 신앙의 뿌리를 내리게 하고, 예수 그리스도와 더 굳게 결합시키며, 교회와 더욱 튼튼하게 유대를 맺게 합니다. 또 신자들에게 교회의 사명, 곧 복음 선포에 더욱 깊이 참여하게 하며, 더욱 철저한 실천으로 신앙을 증거하게 합니다.
우리는 견진성사를 통해 이러한 성령의 은사를 받지요. “성령께서는 신비체의 모든 지체들이 하는 생동적이며 참으로 유익한 모든 활동의 근원이시다. 성령께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 안에서 온몸을 이루신다. 곧, 지체들을 완전한 사람으로 ‘세울 수 있는’(사도 20,32) 하느님의 말씀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지체들을 양육하고 치유하는 성사를 통하여, ‘그 선물들 가운데에서 사도들이 받은 가장 뛰어난 은총’을 통하여, 선을 행하게 하는 덕행들을 통하여, 끝으로 여러 가지 특별한 은사(카리스마)들을 통하여 신비체를 이루신다. 이 은사들은, 신도들이 ‘교회의 쇄신과 더욱 폭넓은 교회 건설을 위하여 유익한 여러 가지 활동이나 직무를 받아들이는 데에 알맞도록 준비시킨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98항)
영성가 마르미옹 신부는 성령의 은사를 영적 생명으로 이끌어주는 ‘성화의 길’로 표현했습니다. 성화란 거룩함 자체이신 하느님 생명에 참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참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그분을 따름에 걸맞은 생활을 함으로써 믿음 안에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마르미옹 신부는 순수한 신앙심이 성화에 유익이 될 것이라 조언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이 우리 신앙과 영성생활의 기초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