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파테르 - 레슬링 (1)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그것은 환희였다.
레슬링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꾸는 꿈이 마침내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가슴에 달린 태극기의 무게는 대단했다. 국가대표는 국가대표에 걸맞은 책임이 있다.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해 내야 한다. 22살 다 큰 어른이 눈물을 흘려야 할 정도의 감당하기 힘든 훈련량이었다. 매일매일 나 자신의 한계에 직면해야 했다.
선수촌의 일과는 아침 6시부터 시작한다. 아침 5시 40분에 일어나서 간단히 씻고 나가면 선수촌 모든 선수가 모여 체조를 하고 운동장에서 간단한 달리기를 한다. 이때 타 종목 선수들은 웃으며 대화를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 레슬링 선수들은 웃지 못한다. 이후 찾아올 엄청난 훈련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간단히 아침 운동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면 그때부터 우리는 지옥이 시작된다. 엄청난 근력 운동과 지구력 운동이 이어진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힘든 모든 일정을 하루 종일 소화해 내야 한다. 구르고, 메치기를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해야 한다. 남들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때조차도 마음이 무겁다. 다음날 이어질 훈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밤 하늘을 보면서 수없이 울었다.
이런 훈련은 혼자 힘으로는 해내지 못한다. 그 무시무시한 체력적 정신적 한계는 본인 혼자의 힘으로는 넘어서기 힘들다. 주위 코치님과 감독님, 그리고 많은 조력자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게 나는 나의 피와 땀, 눈물을 매트에 쏟아내고서야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그 수많은 눈물과 땀의 고통 끝에는 영광이 있었다. 난 그해 아테네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환희 뒤에 고통이 찾아왔고, 그 감당해내기 힘든 고통 끝에 영광이 찾아왔다.
나의 삶을 통해 드러난 환희와 고통, 그리고 영광의 이야기를 이제 하려고 한다. 그 시작은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 _ 정지현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경기도 안양이 고향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kg급 은메달, 2014년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1kg급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레슬링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