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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상담, 영혼 돌보는 ‘치유 행위’이자 ‘치료 행위’

[박병준 신부의 철학상담] 3. 철학상담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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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상담을 가르치다 보면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철학상담과 심리치료의 차이점’이다. 철학상담의 기원이 1980년대 철학적 지혜를 삶에 적용하는 현대 철학실천운동에 기반하고 있지만, 철학상담의 목표는 아주 분명하게 개인이 삶에서 겪는 영혼(정신·마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하여 철학상담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내담자 치료인데, 철학상담의 치료 행위는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에 기반한 치료와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철학상담은 인간의 병리 현상을 다루는 자연과학이 아니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철학상담이 문제 삼는 영혼(정신·마음)의 고통, 소위 ‘철학적 병’은 심리치료에서 증상이나 증후를 보고 치료하는 질병과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철학상담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결코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지 않으며, 더구나 증상·증후·장애를 제거함으로써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규정적인 진단과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 철학상담은 상담사와 내담자가 철학적 대화를 통해 내담자 스스로 문제를 치료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데 중점을 둔다.

사실 우리가 삶에서 겪는 고통의 문제는 존재와 삶 그리고 인간의 심연이 보여주듯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이렇게 얽혀 있는 삶의 실타래를 푸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우리는 매 순간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지만, 삶에서 문제를 완벽하게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 고통이 사라진 세상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 오히려 고통은 자기를 보존하고, 삶을 자각하게 하며, 자기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신비로운 요소다.

문제를 안고 사는 것은 물론 그 자체가 고통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고통을 제거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아니다. 철학상담은 삶의 통찰과 지혜를 통해 이런 고통을 스스로 보듬을 수 있는 내적 힘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 고통이 이렇게 양면성을 지니고 있듯이 세상 어떤 것도 우리에게 무조건 이롭거나 해로운 것은 없다.

서구의 심리치료(psychothera peutics)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프쉬케(ψυχ?, 영혼·정신·마음·생명)’와 ‘테라페이아(θεραπε?α, 돌봄·봉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심리치료란 어휘적으로 ‘영혼의 돌봄’을 뜻한다. 그리고 철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영혼의 돌봄에 관심을 가져왔다. 현대 학문으로서 철학상담은 심리치료보다 상대적으로 그 역사가 짧다. 그러나 심리치료의 다양한 방법은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야스퍼스의 실존철학과 하이데거의 현존재분석론이 현대 심리치료에 준 영향은 매우 크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철학상담치료’를 언급할 때 ‘과연 철학상담과 치료가 정당한 것인가’ 의문을 가지곤 한다. 아마도 치료가 현대 과학의 의료행위를 뜻하는 말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철학상담은 분명히 ‘치유 행위’이자 ‘치료 행위’이다. 치유가 행위 작용 및 실행에 있어 능동성과 내재성을 의미한다면, 치료는 수동성과 외재성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철학상담은 상담자의 관점에서 내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치료의 성격을 띠며, 자율성에 근거한 철학적 반성과 대화를 통해 내담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자기 치유의 성격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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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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