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른 동물에게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있고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은 함께 모여 살면서 사회를 이루고 국가를 이룹니다. 또 오랜 세월에 걸쳐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오늘날에는 예전에 상상할 수조차 없던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 모든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바로 인간이 지닌 특별한 본성, 곧 ‘이성적 본성’에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성은 어느 한순간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본성은 ‘자연적으로 타고난 특성’입니다. 곧 사람은 어떤 특정한 능력을 발휘할 때만이 아니라, 어머니의 자궁에 수정되는 순간부터 이미 이성적 본성을 지니는 인격체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이성적 본성을 ‘영혼’이라고 표현합니다.
국제 연합(UN)은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수많은 사람이 비인격적인 취급을 당한 사건들을 기억하면서 ‘세계 인권 선언’에서 다음과 같이 인격의 존엄성을 확인합니다.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똑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났으므로 서로를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사람은 이성이 있기에 저마다 풍요로운 내면의 삶을 살아갑니다. 우리는 자신 안에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지니고 있고 자신만의 관점을 지닙니다. 이 내면성 때문에 우리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3. 몸의 의미
사람은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인격체라는 사실을 그 사람의 몸을 보고 알 수 있습니다. 몸을 통하여 우리는 그 사람의 인품까지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나를 인격체로 만들어 주는 이성적 본성, 다른 말로 ‘영혼’은 내 몸과 하나를 이룹니다. 몸은 인격체인 온전한 나를 표현하기 때문에 나의 정신과 나의 내면도 표현합니다. 몸이 없다면 인격체인 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곧 몸입니다.
몸은 사람의 인격을 표현합니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은 표정을 통해서 드러나며, 내적인 상태는 몸을 통해서 표현됩니다. 몸을 통하여 마음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으면 등을 다독여 주거나 따뜻하게 안아 주기도 합니다. 또한 몸은 우리가 세상과 다른 사람을 만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몸은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은 단지 신체적으로만 구분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여성성과 남성성은 신체적 능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드러나는 여자와 남자의 고유한 모습을 가리킵니다. 여성성과 남성성은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모두 포함합니다. 곧 내가 여자라면 내 몸과 마음도 여자의 몸과 마음입니다. 내가 남자라면 내 몸과 마음도 남자의 몸과 마음입니다. 이렇듯 성은 인격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한쪽 성이 전체를 대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여자와 남자는 함께 살아가며 상호 협력과 존중을 통하여 전체 인류 공동체를 이루고, 또 자신을 완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함께 작업해 봅시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고유한 외모·생각·성격·행동·취미 등을 열 가지만 적어 보세요.
4. 인간은 자기 행동의 주인
이성을 지닌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내가 한 행동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이렇게 자기 행동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자유 의지’라고 부릅니다. 우리 안에는 다양한 감정과 본능적 충동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본능이나 감정에 따라서 살지만은 않습니다. 우리는 본능과 감정을 넘어 행동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면서 자기 자신과 자기 행위의 주인이 되는 것을 ‘주체성’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모두 주체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각자 자신의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자유롭게 노력합니다. 이렇듯이 인간이 주체적 삶을 산다는 것은 인간을 어떤 일의 수단으로 여길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사람의 목적을 위하여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람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그 사람이 지닌 본래의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이용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해야 하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