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5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말씀묵상] 연중 제2주일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우리는 ‘희망의 순례자들’로서 희년의 기쁨을 체험하고 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한없이 부족한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신 사랑의 신비를 되새기며 연중시기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전하는 갈릴래아 카나에서의 혼인 잔치는 우리에게 어떻게 이 희년의 삶을 살아갈지를 일깨워 줍니다.


성모님께서는 혼인 잔치에 초대받아 제자들과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예수님께 “포도주가 다 떨어졌구나”라고 말씀하십니다. 성모님께서는 포도주가 다 떨어져 잔치를 주관하는 이들이 당혹해할 것을 헤아리셨을 뿐 아니라, 아들 예수님께서 그러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임을 바라보셨습니다.


그래서 성모님께서는 아들 예수님께서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라고 대답하심에도 불구하고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두세 동이들이 물독 여섯 개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일꾼들에게 말씀하시고, 다시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가져다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섯 개의 물독에 가득 찬 물을 좋은 포도주로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일꾼들은 이 놀라운 기적이 누구 덕분에 이루어졌는지를 알고 있었지만, 신랑도 그리고 과방장도 그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누구 덕분인지를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포도주가 떨어지는 상황을 알아차리고 아들 예수님께 상황 해소를 청한 성모님 덕분에, 더 나아가 실제로 그 놀라운 일을 이루신 하느님이신 예수님 덕분임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의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 덕분에 사는지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신앙생활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 덕분에, 그리고 그분께서 선물로 보내주시는 이웃들의 도움의 손길 덕분에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일깨워 주는 교회 공동체 덕분에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여 성실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덕분에’라는 마음을 간직하며 감사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곧 하느님과 이웃 덕분에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를 드리며, 또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하느님 덕분에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리며 신앙생활에 충실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자신 덕분에, 곧 사랑의 삶을 통하여 드러나는 우리의 마음과 실천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교회 공동체 덕분에 감사하다, 하느님 덕분에 감사하다’는 칭송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이처럼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하느님과 이웃 덕분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삶, 그리고 우리 각자의 삶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교회 공동체와 하느님을 칭송할 수 있도록 하는 삶이야말로 희년의 표징이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때에는 세상살이에서 오는 갈등과 상처와 고통의 어두운 터널을 견디어 내고, 극복해 가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길고 어두운 터널이라고 해도 그 끝에는 환한 빛을 가져다주는 출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그리고 서로에게 ‘하느님 덕분에,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감사합니다!’라는 마음과 표현을 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그렇게 증거의 삶을 살아가라고 각자의 직분과 활동에 맞게 적합한 은사를 주십니다. 곧 성령을 통하여 지혜의 말씀, 지식의 말씀, 믿음, 치유의 은사, 기적의 은사, 예언의 은사, 영들을 식별하는 은사, 신령한 언어를 말하는 은사, 신령한 언어를 해석하는 은사를 각 사람에게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각자가 선물로 받은 은사를 가지고, 서로 연대하여 공동선을 이루어가도록 하십니다.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마음으로 살아갈 때 이사야 예언자가 예루살렘을 두고 노래한 것처럼 주님께서는 우리를 마음에 들어 하시고, 우리로 말미암아 기뻐하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카나에서 이루신 첫 번째 표징 덕분에 제자들을 포함한 그 시대 사람들이 자신들의 믿음을 키울 수 있었듯이 우리도 일상의 삶에서 체험하게 되는 하느님의 사랑 덕분에, 하느님께서 선물로 보내주시는 이웃의 손길 덕분에 더욱 감사하며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생활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주님께 희망을 두는 모든 이들아 힘을 내어 마음을 굳세게 가져라.”(시편 31,25)



글 _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본당 주임)
조성풍 신부는 199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미국에서 종교학을 공부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수학했다. 서울대교구 해방촌본당 주임, 서울대교구 사목국 일반교육부 담당,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등을 거쳤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01-1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 15

토빗 7장 11절
하늘의 주님께서 너희를 잘 보살피시고, 너희에게 자비와 평화를 베풀어 주시기를 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