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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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 느끼는 그 순간이 결심 지키게 해주는 ‘틈 시간’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104. 작심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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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을 지키는 일은 꾸준히 반복해서 새로운 습관을 창조해내는 위대한 일이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월 1일 시민들이 해돋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우리 아들이 올해 대단한 결심을 했어요.” H는 아들이 계획 없이 대충 사는 것 같았는데 드디어 새로운 결심을 했다고 했다. 그것도 자그마치 3가지란다. 첫째, 감량하여 보디 프로필 찍기. 둘째,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셋째, 자격증 하나 취득하기란다. 그는 아들이 보내온 결심목록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면서도 잘 될지 살짝 걱정하는 눈치다.

결심이란 마음을 다잡는 것이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칭찬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결심을 하는 것과 지켜내는 일은 참 많이 다르다. 보디 프로필을 찍으려면 감량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평소 책을 읽지 않던 그가 매달 책 1권을 읽기 위해 독서 습관이 붙을 때까지 지속해서 시간을 내어 읽어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직장생활 하면서 공부도 해야 한다. 결심을 지키는 일은 꾸준히 반복해서 새로운 습관을 창조해내는 위대한 일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 단단히 마음은 먹었지만, 사흘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 의지력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주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의지와 노력이 부족해서일까? 우리 수녀들도 매년 영적·물적 결심을 하고 연간 계획이란 것을 세운다. 새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좋고 의미 있는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새롭고 창조적인 목표를 세우는 일은 설레고 기쁜 일이지만 익숙해지기까지 반복하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손만 뻗치면 즉각적 쾌감을 가져다주는 디지털 환경에서 결심을 지켜내는 건 낯설고 지루한 일이 되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1시간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일어나자마자 스마트 기기에 손을 대면서 ‘5분만’이 10분이 되고 30분이 된다. 자연스럽게 ‘내일부터’로 미룬다.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로 정했지만 오가는 출퇴근길이나 잠시 쉬는 시간에 ‘잠깐’ 열어본 디지털 기기로 ‘틈 시간’을 소비한다. 디지털 시대의 작심삼일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만은 아닐 것이다. 틈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과 익숙한 감정 습관과의 결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금연보다 더 어려운 것이 스마트폰 자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중독 상태다. ‘틈 시간’이 나면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10명 중 9명은 ‘무료함’ 때문이라고 한다. 지루함과 심심함을 두려워하는 감정이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게 한다. 감정도 습관이다. 오랫동안 반복돼 익숙해진 감정은 오랜 친구처럼 편하다. 즉각적 보상에 익숙해진 감정은 지루함을 견딜 수 없다. 지루함은 ‘보상 없음’에 반응하는 감정이다.

사실 운동하는 일도,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일도 당장 보상을 얻어낼 수 없다. 한두 달 운동했다 하여 원하는 감량이 되는 것도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독서 역시 내가 원하는 지식이 즉각적으로 마구 쌓이는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운동이나 독서는 참으로 지루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루함을 감내하지 못하면 결심을 지켜낼 양질의 여가를 확보하지 못한다.

지루함을 견디는 과정에서 자기 통제력이 강화되고 창의력과 인내력이 길러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인 산디 만(Sandi Mann) 교수는 한 그룹에게 단조롭고 지루한 활동을 하게 한 후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을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지루함이 깊을수록 창의적 사고가 활성화되면서 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를 낸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작심삼일만 할 것인가? 심심하고 피곤할 때 빠지게 되는 디지털 기기는 지루함을 못 견디게 하는 감정 습관을 만들어낸다. 즉각적 보상에 익숙해지면서 우리의 틈새 시간을 점령한다. 결국 ‘시간 없음’으로 합리화하면서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내일’로 미루게 된다. 그 어떤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지만 자극을 찾아 헤매는 습관으로 인해 결국 ‘작심삼일’에 멈춰있다.

아직도 시간은 있다. 지루하고 심심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야말로 결심을 지키게 해주는 소중한 ‘틈 시간’이다. 24시간을 25시간으로 만들어주고 작심삼일을 작심일년이 되게도 하는 ‘틈 시간’으로 올해의 결심을 지켜내길 바란다.



<영성이 묻는 안부>

새해 어떤 결심을 하셨나요? 벌써 잊으신 건 아니겠죠? 새로운 시작은 꼭 새해만 하라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행히도 우리는 작심삼일의 기회를 여러 번 만들 수 있습니다. 새해와 음력 정월 초하룻날이 지나고 또 입춘대길의 날도 지났네요. 하지만 그렇게 몇 번씩 작심삼일로 실패했다면 어느 정도 목표를 낮추거나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3월도 있으니 또 한 번 시작의 기회로 삼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감정은 우리의 모든 경험의 최종 결과물입니다. 스마트 기기로 얻은 즐거움은 가짜 포만감에 익숙하게 하면서 결심을 지키는 일을 방해하지요. 조금은 심심하고 지루하지만 잔잔하고 평화로운 천연 조미료와도 같은 덜 자극적인 감정에 머물러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지루한 ‘틈 시간’에 주님의 파수꾼을 세우고 지루함의 문을 통과해내길 응원합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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