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네 가지 행복과 네 가지 불행을 선언하십니다. 가난한 사람들, 굶주리는 사람들, 지금 우는 사람들, 미움을 받고 누명을 쓴 사람들이 행복하고, 부유한 사람들, 배부른 사람들, 지금 웃는 사람들, 칭찬받는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하십니다.
세상은 가난보다는 부유함을, 굶주림보다는 배부름을, 슬픔보다는 기쁨을, 미움받는 것보다는 칭찬받는 것을 행복의 조건으로 봅니다. 그런데 복음의 예수님 말씀은 이와는 반대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은 세속의 사람들이 이해하기에 매우 곤란할 것 같습니다.
사실 행복이란 매우 주관적이어서 객관적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누구는 고통 중에도 의미를 찾으며 행복하다고 하고, 누구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데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공통적으로는 누구나 더 행복해지기를 갈망합니다.
우리가 복음을 잘 묵상하려면 과거나 현재에 머물러있는 죽은 글자가 아닌, 역동적으로 열린 살아있는 말씀으로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으로써 그리스도인은 말씀을 통해서 늘 희망을 갖고 절망하지 않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은 전제와 결과를 구분하면 한결 이해하기 쉽겠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전제하신 도입 부분은 행복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이후에 행복과 불행의 결과에 이르게 됩니다.
설명하면, 오늘 복음에서 행복은 가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난을 품어 안고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게 되는 결과에 있습니다. 행복은 굶주리는 것이 아니라 굶주림을 견디어낸 풍족함에 있습니다. 행복은 울고 있는 현실이 아니라 웃게 될 희망의 상황입니다. 행복은 미움을 받고 누명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상을 받고 기뻐하게 될 그날입니다.
또한 불행은 부유한 지금이 아니라 위로가 없게 되는 때입니다. 불행은 배부른 지금이 아니라 굶주리게 되는 때입니다. 불행은 웃고 있는 지금이 아니라 슬퍼하게 되는 때입니다. 불행은 칭찬받는 지금이 아니라 거짓 예언자 취급을 받게 되는 때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복음의 정신대로 살아가지 않는다면, 불행선언의 전제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말씀 가운데서 충실히 복음을 따라 생활하면 참된 행복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스도교는 결코 부질없는 희망을 세뇌시키는 신앙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은 확실한 선언이고, 참된 행복을 위한 지침입니다. 오늘 복음은 신앙인으로서 참 행복을 살아가기 위한 전제와 과정과 그 결과를 제시해주시는 희망의 말씀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생활은 어떠십니까? 참된 행복을 살기 위해서 복음의 가르침에 따라 생활하십니까? 혹시 지금은 견디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스도인은 지금 행복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가게 될 사람입니다.
과거에는 힘들었지만 현재 노력하고 있고 미래에는 반드시 행복할 것이라고 한다면 주님께서 주시는 행복에서 멀리 있는 삶입니다. 신앙인은 과거에 행복했고, 현재 행복하고, 미래에 더 행복할 것임을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 때문입니다. 어떤 상황에 있든 그분께서 행복을 보여주시기 때문입니다.
불행한 사람은 주님 사랑을 거부하여 멀리 떠나있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주님과 함께 지금 행복을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게 될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