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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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 몸 신학 교리] 원일치, 인격들 간의 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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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손에 의해 빚어진 한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니, 자신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를 보고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창세 2,23) 본능적 고백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황홀했으면 내적 깊은 곳에서부터 이런 감탄이 터져 나왔을까? 이 감탄에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하나는 ‘너’가 정말 아름답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 뼈에서 나왔고 내 살에서 나왔으니 ‘나’도 멋지다는 것이다. 나와 너를 동시에 긍정한 이것을 ‘원일치’라 한다.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러한 일치를 갈망하며, 일치할 수 있는 조건도 제시된 것이다. 서로를 인정하는, 다르게 표현하면 나를 긍정하고 너를 긍정할 때 일치할 수 있는 능력이 샘솟는다.


어느 날 선물처럼 너는 내 삶에 들어왔고, 나 또한 너의 삶에 들어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아담이 하와를 만나 자신이 누구인지 완전하게 알았던 것처럼, 나도 너를 만나 인간 존재의 정체성을 더 완전하게 알게 됐으니, 그대가 바로 나의 얼굴이다. 이는 너의 삶이 내 삶이 되었다는 의미이고, 나의 삶 또한 너의 삶이 됐다는 뜻이다.


이러한 일치에는 중요한 특성이 있다. 같아서 이루는 일치가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일치(하나)이다. 일치라고 쓰고 행복이라 읽는 두 사람의 역사가 출발했는데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보이는 것만 다른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각, 성격, 시각 등등, 도대체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엔 다름이 신기했는데 시간에 시간이 더할수록 불편했다. 다름을 써놓고 틀렸다고 읽으며 밀어냈다. 너를 밀어내고 보니 나도 나의 정체성에서 멀어졌다. 이제 다시 틀림이라 읽지 않고 다름으로 읽으니 처음 상태로 돌아가 그가 다시 보이게 됐다. 새로운 시선이 생겼다. 너의 시선도 나의 시선도 아닌 우리를 창조하신 그분의 시선을 갖게 됐다. 그것이 아담의 고백이다.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너’를 통해 하느님을 만난다. 너도 하느님으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이제 나의 성(남성성-여성성)과 다른 너의 성을, 몸에 쓰여진 하느님의 신비를 알게 된다. 내가 너에게 갈 수 있는 길은 나를 탈출해 너에게 갈 때에 가능하다. 이는 인간이 지닌 초월성으로 가능하다. 하느님이 하늘을 탈출하여 인간이 됐듯이, 인간도 자신을 탈출해 너를 만나 하나 되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 남성성과 여성성을 생물학적으로만 이해한다면, 오랫동안 이어져 온 부정적 사고와 힘(경제력 권력 등)의 논리로만 받아들인다면, 성을 역할 분담이나 서로에게 필요한 파트너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남성성, 여성성의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보이는 육체적 차원을 넘어 보이진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하느님이 인간에게 자신을 선물로 내어주신 그 신비가 있다.


교리서 제8과 1항은 이렇게 표현한다. “‘원고독’의 의미는 ‘원일치’(unit? originaria) 의미의 일부를 이룹니다.” 결국 인간은 고독을 통해 자신의 고유성을 찾고, 자신에서 탈출하여 너에게 가는 친교적 일치를 이루게 된다.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창세 2,23) 이 고백에는 서로의 성(性)은 다르지만 본성은 동질함을 의미한다. 너는 내가 소유할 누구가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누구이며,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는 말씀이 지닌 진리다.



글 _ 김혜숙 막시마(그리스도 왕직 재속 선교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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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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