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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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신부

[월간 꿈 CUM] 수도원 일기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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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혼인 성사 주례를 하고 왔다.

교구 본당 사제가 아니라 수도원 사제여서 혼인 성사를 주례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

그래서 강론 내용도 특별히 혼인 성사에 맞게 준비를 한다. 신랑 누구누구는…, 신부 누구누구는…, 하며 신랑과 신부에게 앞으로 성가정을 이루기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일러준다.

내가 죽기까지 사제로서 산다면 평생 ‘신랑’은 될 수 없고 ‘신부’로 살아가야 하기에 같은 신부로서 신부를 편들면서 신랑에게 신부를 잘 모시고 살라고 당부한다. 신부로서 신부 측 편을 드니 신랑은 좀 삐칠 수 있겠지만, 나는 그게 가정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정답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우긴다.

어쨌든 엄숙하면서도 기쁨에 넘치는 혼인 성사를 마치고 나면 신랑 신부는 이어지는 축하식에서 축하도 받고 양가 부모님께 큰절도 하고 축하해주러 온 많은 하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나도 두 사람이 새롭게 시작하는 삶의 여정에 주님께서 축복해주시도록 기도하며 박수를 쳐준다.

모든 예식이 끝나면 바로 사진 촬영이 이어진다. 제일 먼저 주례사제와 신랑 신부가 사진을 찍게 된다. 제대 앞에서 신랑 신부 뒤에 서서 포즈를 잡아본다. 사진 기사님은 신랑 신부의 사진을 잘 찍기 위해 이런저런 주문을 한다.

“자, 신부님, 고개를 살짝 신랑 쪽으로 돌려주시고 웃어주세요.”

나는 순간 고개를 돌려 신랑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그러자 사진 기사님이 한마디 한다.

“아니, 거기 뒤에 계신 신부님은 그냥 계세요. 앞에 계신 신부님이 신랑 쪽으로 고개를 돌리시고요.”

헐, 사진 기사님이 말한 신부님은 내가 아니고 진짜 신부였구나. 이거 참 헷갈린다.

신랑 신부가 나 때문에 웃는다. 그래서 사진은 잘 나왔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그리스도교 신앙유산 기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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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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