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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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사순 제1주일 - 세상이란 광야에서 하느님 만나기

이계철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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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광야. 가톨릭평화신문 DB


사순 첫 주일입니다. 파스카 부활 축제를 준비하며 기도와 자선과 재계(단식과 고행)로 속죄하고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시기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40일 동안 단식하시고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으신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받으신 유혹이지만, 유혹의 내용을 새겨보면 신앙인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유혹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유혹은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돌을 빵이 되게 하라’며 ‘빵’으로 표현된 부귀영화의 유혹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에 따라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신명 8,3)하시며, 청빈과 하느님 말씀의 진리로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두 번째 유혹은 ‘내 앞에 경배하면 모든 권세와 영광이 담긴 세계의 모든 나라를 주겠다’며 ‘높은 곳’으로 표현된 ‘권력과 명예’의 유혹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에 따라 ‘주 너의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만을 섬겨라’(신명 6,4-5,13)하시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오직 하느님 홀로 높으심을 고백하며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세 번째 유혹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성전 꼭대기에서 몸을 던져보라’고 표현한 ‘기적’ 요구의 유혹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에 따라 ‘주님이신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해서는 안 된다’(신명 6,16)하시며, 하느님께 향한 오롯한 믿음으로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우리가 추구할 것은 부귀영화나 권력과 명예, 기적이 아니라 하느님께 향한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믿음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유혹을 받으실 때마다 성경 말씀을 철저히 따르심으로써 그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이는 유혹을 이기는 길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하느님 말씀에 의탁하는 믿음에 있음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굳건한 믿음은 악마를 물리치고 구원에 이르게 합니다. 악마는 다음 기회를 노리며 물러갔지만 언제 또다시 찾아올지 모릅니다. 따라서 잠시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됩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세례받은 지 오래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신앙심도 깊고 유혹도 쉽게 물리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신앙의 독선이 생기고 아집도 늘어나면서 유혹과 쉽게 타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느님 뜻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고집하며, 화합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사제인 저도 유혹의 실체를 물리치지 않고 값싸게 하느님을 파는 잡상인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늘 성찰하고 결심합니다.

악마는 참으로 인간을 교묘하게 자극합니다. 그래서 물리치기 쉬운 유혹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 신뢰를 두지 않고 하느님을 멀리하며 자만하면 이미 유혹에 빠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부귀영화나 권력과 명예 그리고 기적에 현혹되는 것은 신앙인의 길이 아님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유혹을 단호히 떨쳐버리고 주님 말씀을 따르는 신앙이 악마를 물리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임을 보여주십니다.

사순 첫 주일을 시작하며, 유혹을 단호하게 떨쳐버리기 위해 열심히 기도합시다. 주님의 말씀인 성경을 가까이합시다. 그리고 재계로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합시다.

광야는 악마가 도사리고 있지만, 유혹을 물리친 후에 하느님과 만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세상이라는 광야에서 살아갑니다. 이번 사순절에 세상이라는 각자의 광야에서 영적으로 단련하는 기회를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느님을 만나게 되면 참 좋겠습니다.

 


이계철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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