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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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 사도, 이방인들에게 예수를 ‘주님’이라 선포

[저는 믿나이다] (17) ‘주님’ 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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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 사도는 헬레니즘 문화권에 사는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할 때 예수 그리스도의 신원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주님’ 칭호를 즐겨 사용했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1650년께, 유화.


디아스포라 유다계 그리스도인과 이방계 그리스도인이 신앙 공동체의 주류로 자리하면서 교회 역시 상당한 변화를 겪습니다. 교회가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이 로마군에 의해 예루살렘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율법 중심의 유다교 영역에서 주로 활동했다면 이때부터 헬레니즘 영역 안으로 발을 담그기 시작합니다.

유다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할 때 “부활하신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시다” 곧 “예수께서 메시아이시다”라고 직설적으로 고백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한 분이신 야훼 하느님께서는 어떤 분이시고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이신지 일일이 그리고 올바르게 설명해야 했습니다.

당시 헬레니즘 지역에서 ‘그리스도’(기름 부음 받은 이)라는 칭호는 그리 종교적인 용어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그리스 지역 운동선수, 특히 레슬링 선수만 해도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운동할 때마다 기름 부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는 헬레니즘 지역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라는 말 대신에 처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다”라고 선포합니다. 이방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세주의 칭호를 사용한 것이죠. 이때부터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이신가에 대한 신학적 숙고가 시작됩니다.

신약 성경에는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많은 칭호가 나옵니다. 먼저 예수님의 지상 활동과 관련된 칭호로는 ‘예언자’ ‘고통받는 하느님의 종’ ‘대사제’ 등이 있습니다. 또 예수님의 미래 활동과 관련해서는 ‘메시아’ ‘그리스도’ ‘사람의 아들’과 같은 칭호가 사용됐습니다. 아울러 예수님의 현재 업적과 관련해서는 ‘주님’ ‘구원자’라는 칭호가, 예수님의 선재(先在)를 설명할 땐 ‘로고스’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칭호가 붙었습니다.

그 밖에 ‘다윗의 자손’ ‘예언자’라는 칭호도 사용됐습니다. 이번 호에는 바오로 사도가 이방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며 가장 즐겨 사용했던 ‘주님’(Κυριοs, 퀴리오스)이라는 칭호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서간에서 ‘주님’ 칭호를 184번이나 사용했습니다.

먼저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님이심을 고백하는 가장 아름다운 찬가를 묵상해 봅시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필리 2,5-11)

이 그리스도 찬가에서 알 수 있듯이 ‘주님’은 ‘그리스도’와 가장 밀접한 칭호입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라는 십계명의 두 번째 계명에 따라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 이름을 입에 담지 않고 히브리말로 ‘아도나이’, 곧 ‘주님’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창조주이신 거룩한 아버지 하느님만을 지칭하던 ‘주님’이라는 칭호를 예수 그리스도께도 똑같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는 칭호이지요.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다’라는 고백은 ‘구세주이신 예수께서 우리의 하느님이시다’라는 말과 같습니다.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거나 그렇게 부르는 것은 그분이 하느님이심을 믿는 것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455)

그리고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시는 사람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신다고 가르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와 관련해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라며 교회의 신앙이 성령의 작용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이처럼 ‘주님’이라는 칭호는 헬라어를 말하는 디아스포라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지중해 동부 헬레니즘 문화권에서 널리 사용돼 전 교회로 확산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영성생활에서 ‘주님’은 기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칭호입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루카 5,12)라고 말한 한 나병 환자의 간구처럼 주님께 청하는 간절한 기도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과의 일치를 실현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우리 안에 간직하는 가장 필요한 도구입니다.

“그리스도교 기도의 특징은 ‘주님’이라는 칭호에 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말로 기도에 초대하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라는 말로 기도를 끝맺으며, 신뢰와 희망에 넘쳐 ‘마란 아타!’(주님께서 오신다) 또는 ‘마라나 타!’(저희의 주님, 오십시오)를 외친다.(1코린 16,22)”(「가톨릭교회 교리서」 451)

역설적이게도 초대 교회는 ‘주님’ 칭호 때문에 로마 황제로부터 박해의 대상이 됩니다. 당시 로마 황제들 특히 도미티아누스는 자신을 ‘주님이며 신’(domonus et deus)이라 칭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카이사르 외에 또 다른 임금이자 주님으로 예수를 선포하였다며 박해를 한 것이죠. 바오로 사도 역시 똑같은 이유로 테살로니카에서 곤욕을 치릅니다.(사도 17,5-7)

리길재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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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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