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꿈CUM 환경 (25)
회칙을 읽기에 앞서 (1)
2015년 6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00년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생태 문제를 주제로 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 i’)」를 발표하셨습니다. 6장, 246항, 2개의 기도문으로 구성된 이 회칙은 교회 내에서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OSV
이 장엄하고 아름다운 회칙을 함께 읽는 긴 여정에 나서기에 앞서, 이 회칙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1942~2018) 박사는 “지식의 가장 큰 적은 무지가 아니라 안다는 환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앙의 가장 큰 적 또한 잘 안다는 환상입니다. 또한 15세기 니콜라우스 쿠자누스 추기경(Nicolaus Cusanus, 1401~1464)께서 ‘무지의 지’에 관해 하신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나는 알지 못합니다”라고 고백해야 합니다. 우리는 겸손하게 나 자신이 보잘것없는 낮은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럴 때 빈 공간이 생기고, 그 안으로 신앙과 생명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릇은 황금 그릇이 아닙니다. 우리는 질그릇이고 그 질그릇 안에 보화가 담깁니다.(2코린 4,7 참조)
생태적 회개를 위한 출발점은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할 때 우리는 ‘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나의 내면적 욕구’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이미’ 심어 놓은 성장의 씨앗을 발견하고 키워나가기 위해 먼저, 성장 겨자씨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위해 분주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촛불을 켜고 그 앞에 겸손되이 고백하며 무릎 꿇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재된 성장의 씨앗을 발견하게 해달라고 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작은 생명의 소리 하나도 의미 있게 들릴 것입니다.
최근에 저는 「토마스 머튼의 단상」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 담긴 많은 사유의 파편 중에서 유독 제 마음을 사로잡는 한 문구가 있었습니다. “비가 그친 후에 딱새들이 날개를 털고 있다.” 교구청 뒤뜰 눈밭에서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털고 날아올랐습니다. 그것은 생명이었습니다. 그 새의 비상(飛上)은 생동감 넘치는 뜻모를 감격이었습니다.
글 _ 이용훈 주교 (마티아, 천주교 수원교구장)
1979년 3월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1988년 로마 라테라노 대학교 성 알폰소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주교로 서품되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