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즐기는 꿈CUM _ 영화 (15) 리빙 : 어떤 인생
올리버 허머너스 감독, 영화 <리빙: 어떤 인생> 포스터
우리네 삶이 끝나고 주님과 마주할 때 어떤 질문을 받게 될까요? 제 생각엔 이렇게 물으실 것 같습니다. “너는 진정 행복했느냐?” 당신의 가장 큰 기쁨이 우리의 행복이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인생의 끝 날 짓게 될 우리의 표정을 그분은 조마조마하며 살피실 듯합니다.
‘어바웃 타임’의 명배우 ‘빌 나이’가 열연한 ‘리빙 : 어떤 인생’은 누구에게나 닥쳐올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 묵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시청 공무원 윌리엄스는 살날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돌아본 지난 세월은 허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평생 집과 직장만을 오가며 시계추처럼 살았지만, 그의 별명 그대로 ‘좀비’ 같이 지내온 나날이었음을 깨닫게 되지요. 생의 모든 시간들이 무의미의 늪에 빠져드는 순간, 윌리엄스는 책상에 던져두었던 민원서류 한 장을 떠올립니다. 2차 대전 당시 공습으로 폐허가 된 자리에 어린이를 위한 작은 놀이터를 지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날부터 윌리엄스는 놀이터 세우는 일에 전념합니다. 고루한 동료 공무원들을 찾아가 머리를 숙이고, 평소엔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상사를 붙잡고 읍소하지요.
“내겐 화낼 시간도 없어!” 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카메라는 윌리엄스의 장례식과 그의 분투를 번갈아 보여주며 시한부 노인의 눈물겨운 헌신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놀이터가 완공된 직후 어느 겨울밤 윌리엄스는 그네에 앉아 어린 시절 불렀던 노래를 읊조리며 숨을 거둡니다. “추운 곳(놀이터)에 홀로 계신 노인을 집에 돌려 보낼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행복해 보였거든요.” 그날 밤 윌리엄스를 지켜봤던 순경의 증언입니다.
1950년대 런던을 배경 삼은 이 영화는 고전필름에서 썼던 4:3 비율의 화면을 사용해 마치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인생을 온통 부정했던 한 남자의 극적인 반전 스토리를 펼쳐 보입니다.
구체적인 시기를 모를 뿐이지. 우리는 모두 시한부의 삶을 살아갑니다. 생각하기 따라서는 참을 수 없이 가벼운 하루하루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허허로운 삶을 눈부시게 바꿔주는 계기가 분명히 가까운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먼지 쌓인 서류 뭉치 안에서 희망의 불씨를 찾은 윌리엄스처럼요. 주님께서는 우리 한 명 한 명에게 그런 선물을 예비해 놓으셨으리라 확신합니다. 마지막 날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당신을 만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글 _ 변승우 (명서 베드로, 전 가톨릭평화방송 TV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