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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忍耐)는 분노(忿怒)의 반대말로,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딘다’라는 한자어이다. 이 말은 시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소양(素養)이다.

인내의 ‘인’은 참을 인(忍)이다. 칼 도(刀)에 점 하나가 붙어있는 칼날 인(刃)이 심장을 뜻하는 심(心) 위에 놓여 있다. 이것은 심장을 칼로 도려낸다는 의미이다. 즉 심장을 찍히는 고통을 당하더라도 참아낸다는 말이다. 그리고 인내의 ‘내’는 견딜 내(耐)이다. 길게 늘어진 턱수염을 뜻하는 이(而)와 동작을 나타내는 촌(寸)이 합쳐진 글자로, 수염을 뜯기는 벌을 받더라도 견디는 것을 말한다.

심장이 찔리고 수염을 뜯기면 얼마나 고통이 크겠는가? 그러므로 인내하는 것은 그러한 고통스러운 일이 있다고 할지라도 잘 참고 극복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이 제아무리 크더라도 이보다 더 크지 않을 것이다. 상처를 받아 속이 상해도, 하는 일이 잘 안 되어 힘들어도, 궁극적 승리를 향한 극복 의지로 참고 견디는 일이 인내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인내를 영어로 페이션스(patience)라 한다. 이 단어는 라틴어 ‘빠시오르’(patior)에서 파생되었으며, 그 뜻이 ‘고통을 받는다’ ‘견딘다’이다. 이 또한 묵묵히 고통을 이겨낸다는 인내의 뜻과 같다.

한국 속담에 “참을 인(忍)이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말이 있고, 프랑스 속담은 “인내는 운명을 좌우한다”라고 했으며, 프랑스의 계몽주의자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 1712~1778)는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고 했다.

예수님은 2천여 년 전에 메시아로 세상에 오시어 인류 구원을 위해 한없이 인내하며 사셨다.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들의 많은 도전에 지혜롭게 대처하며 참으셨고, 십자가의 길을 가며 죽기까지 하면서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묵묵히 참으셨다. 그 후 죽음에서 되살아나시어 우리 모두의 회개를 참고 기다리신다. 그리고 “끝까지 견디어내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24,13)라고 하셨다.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으로 인하여 한평생 고통의 삶을 인내하며 사셨다.
 


그중에서도 당신의 영혼이 칼에 찔릴 것이라는 시메온의 예언을 들었고(루카 2,34-35 참조), 이집트로 피난했으며(마태 2,13-15 참조), 소년 예수를 잃었다가 찾았고(루카 2,44-50 참조) 십자가 길에서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아들 예수와 만났으며(루카 23,27 참조) 예수님이 숨 을 거두기 전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9,20)라는 말을 들었으며, 예수님의 시신을 껴안았고(마르 15,40-41 참조) 예수님을 장사 지냈다.(마태 27, 59-61 참조) 이를 성모칠고(聖母七苦)라고 한다.

또 사도 바오로는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로마 5,3-4)라고 하면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 독신으로 살면서 여러 지방을 두루 다니며 끝까지 인내의 삶을 살았다. 우리의 순교자들은 박해 시대에 하느님을 믿는 신자라는 이유로 잡혀가 고문받고, 목이 잘릴 때까지 신앙을 버리지 않고 인내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또 어떤가? 어머니들은 자녀들을 낳아 기르면서 진자리 마른자리 골라내고, 늘 자식 생각으로 애태우면서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큰 위험에 처한 자녀들을 도와주기 위해 대신 죽기까지 하려는 어머니들의 인내는 심장을 도려낸다고 하더라도 계속될 만큼 위대하다.

끝까지 참는 자가 승리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참고 또 참으며, 인내의 삶을 살도록 하자.

 

최봉원 신부


글 _ 최봉원 신부 (야고보, 마산교구 원로사목)
1977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0년 군종장교로 임관, 군종단 홍보국장, 군종교구 사무처장 겸 사목국장, 관리국장, 군종참모 등을 지냈으며 2001년 군종감으로 취임, 2003년 퇴임했다. 이후 미국 LA 성삼본당, 함안본당, 신안동본당, 수산본당, 덕산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으며, 마산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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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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