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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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이성의 조화·진리 탐구의 길잡이 「신학대전」 집필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짧은 단상 5-끝] 권성환 신부(도미니코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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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미니코 수도회의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화.

‘영혼을 돕는 공부’의 결실인 「신학대전」

‘우리의 공부는 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우리가 우리 이웃의 영혼을 도울 수 있게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도미니코 수도회, 곧 설교자들의 수도회의 회헌 77항은 도미니칸 수도자들이 하는 공부의 목적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영혼을 돕는 공부’다. 그 공부의 빛이자 원천은 바로 하느님이다. 하느님 진리를 탐구하고 영혼 구원을 위해 탐구한 것을 전하는 삶, 모든 도미니칸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다. 그 도미니칸으로서의 삶을 가장 열정적으로 살았던 수도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름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항상 그 모범의 대열에 속해 있을 것이다.

파리대학 교수 시절 이후 나폴리와 오르비에토에서의 여정을 거쳐 1265년에 도달하게 된 로마. 지금의 도미니코 수도회 총원이 자리해 있는 산타 사비나 수도원에서 그는 바로 하느님 진리 탐구와 설교에 대한 열정의 결실인 「신학대전」을 집필한다.

「신학대전」 1부 서문에서 보듯 이 작품은 신학 초심자들을 위해 집필됐으며 신학에 관한 담론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그리스도교 신학의 역사에서 다뤄진 방대하면서도 중첩된 신학적 논의들을 간결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정리, 신학도들이 올바르고 효과적인 진리 탐구를 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신학대전」의 목적이다.

물론 단순히 길잡이 역할이라고만 하기에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하느님 진리에 대한 담론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과연 이 작품이 신학 공부를 시작하는 초심자를 위한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정도로 그 내용이 결코 단순하지 않고, 오늘날에도 신학 연구에 매진하는 수많은 신학자에게 여전히 중요한 연구 서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작품이 신학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초심자가 걸어야 할 길을 안내해 준다는 사실이다.



하느님·인간·그리스도의 깊고 긴밀한 관계 정립

「신학대전」은 크게 1부와 2부, 미완성으로 남은 3부, 그리고 성인의 제자들이 보완한 보충편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창조주 하느님과 그분의 창조에 관해 다룬다.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근원이신 하느님의 존재와 속성 등을 논하고,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 즉 천사, 이 세계, 그리고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하느님 창조의 섭리를 논한다.

2부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에 관한 담론을 소개한다. 2부는 다시 인간의 윤리적 삶 전반을 다루는 1편과 그 삶을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는 2편으로 구성돼 있다. 지성과 자유의지를 가진 하느님 모습을 닮은 인간의 최종 목표는 바로 하느님을 만나는 참 행복이다. 2부 1편은 이 최종 목표를 향해 삶의 여정을 떠나는 인간에 관하여, 곧 인간의 윤리적 행위 전반을 다룬다. 1편 첫머리에서 다루는 참 행복 담론 이후 등장하는 그리스도교 윤리적 삶의 길잡이인 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완성하는 은총 등은 인간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원리들이다. 2부 2편은 인간의 윤리적 삶에 필수적인 덕에 관하여, 곧 대신덕과 사추덕을 비롯한 다양한 덕들에 관해 논한다. 또 덕에 반대되는 여러 악습도 다룬다.

3부에서는 말씀이 사람이 되어 오신 구세주 그리스도를 다룬다.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되었지만 동시에 구원을 갈망하는 인간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과 인간을 다시 온전한 관계로 맺어주는 구원자이자 중개자이시다. 3부는 그리스도론 전반에 관하여, 특히 육화의 신비와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성사의 신비에 관해 다룬다.

창조주 하느님,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그리스도.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되어 나와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인간의 여정은 「신학대전」의 전반적인 구조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신학대전」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진리에 관한 성인의 담론은 이렇게 하느님·인간·그리스도의 깊고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



오직 하느님 진리 탐구와 전파에 헌신

성인이 보냈던 사도적 소명의 여정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은 바로 신앙과 이성의 조화일 것이다. 「신학대전」에도 드러나는 이 조화는 아우구스티노를 비롯한 그리스도교 교부들의 신학적 가르침, 그리고 세상의 학문인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의 탁월한 조화로 표현된다. 성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하느님 진리를 탐구하고 전하는 사명이었다.

이후 성인은 1272년 나폴리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신학대전」 3부를 집필하지만 아쉽게도 고해성사를 다루는 부분에서 집필을 중단한다. 1273년 12월 6일 성 니콜라오 축일에 미사를 거행하던 중 갑자기 무엇인가가 성인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후 모든 저술활동과 설교를 그만두게 된다. 성인의 고해 사제이자 가장 가까운 동료인 레지날도에게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긴다. “이제껏 내가 쓴 모든 것들은 한낱 지푸라기만도 못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이듬해인 1274년 3월 7일 수요일 아침, 성인은 그를 사랑하는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포사노바의 시토회 수도원에서 조용히 하느님 품으로 돌아간다. 하느님께로부터 나와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인간 삶의 여정을 성인은 충실하고 헌신적으로 보냈다. 삶에서 받은 사도적 소명, 곧 하느님 진리를 탐구하고 전하는 소명은 그의 여정을 이끌었던 목표이자 길잡이였다.

진리를 열렬히 사랑한 성인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머나먼 후배이자 도미니코 수도회의 수도자로서 필자 또한 ‘영혼을 돕는 공부’, 곧 하느님 진리 탐구와 설교에 헌신해야겠다는 다짐을 지금 이 순간 다시 한 번 마음 안에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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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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