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은 인간 삶에서 생각·신념·가치, 그리고 행동을 가름하는 경계이자 그것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다. 세계관은 자연과 사물의 의미 연관, 인간 존재의 의미와 목적, 삶의 의미, 역사의 이해와 해석이 직결되는 개념으로, 인간이 세계 안에서 그 세계와 관계하며 만들어낸, 일상을 비추는 삶의 확대경이자 세계를 바라보는 ‘사고의 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의 세계관은 내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를 비롯한 여러 철학자가 세계관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했지만, 세계관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철학자는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병리학자·실존철학자인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다. 그는 「세계관의 심리학」에서 세계관을 개인 ‘정신의 삶’으로 규정하며, 주관적 관점과 객관적 관점으로 구분해 이해한다. 세계관은 행위를 실행하게 하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자 동기로서의 주관적 ‘태도’와 ‘이념’으로 불리는 객관적 정신의 총체인 ‘세계상’이 합쳐진 개념이다.
세계상은 패러다임으로 불리는 ‘이념의 현실화’이자 특정 시대를 지배하는 ‘시대 정신’이 되면서 개인에게 구체적으로 경험되기는 하지만,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갱신되는 속성을 갖는다. 이러한 세계상은 인간이 자유롭게 만들어내 외부에 투사하는 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를 가두는 부자유한 틀이라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인 개념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세계상의 틀을 벗어나려 할 때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거기에 종속되어 있어 그 습관과 규칙에 호소하며, 자기 책임과 의미를 밀쳐냄으로써 실존 의식이 박탈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평소 세계상을 의심의 여지가 없는 너무도 자명한 것으로 인식하고, 그것이 세계의 한 부분에 불과한데도 마치 전체인 것처럼 착각해 절대화하거나 고착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계상에 근거하여 자기 관점만이 올바르며,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야말로 참된 가치라고 속단하고, 이 모든 것이 인류의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이해관계에 근거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세계에 대한 공평무사한 지식을 가질 수 없을 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색안경을 끼고 세계를 바라보는 만큼 사고를 경직시키는 이러한 특정 세계상과 편협된 세계관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만약 어떤 특정 세계상에 경도되어 있다면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 역시 그럴 수밖에 없으며, 여기서 새로운 관점의 창조적 물음과 역동적 삶의 가능성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경직되고 편협된 세계관은 새로움을 창조하는 인간 정신의 자유와 이를 통한 자기실현을 근본적으로 방해한다. 그리고 실존적으로 자기 성찰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한계상황의 경험을 애초에 차단함으로써 완고하게 굳어진 자신의 틀을 넘어서는 체험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와 관련하여 철학상담에서 내담자의 세계관 해석은 그만큼 문제 해결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치유의 관건은 세계관 전반에 대한 검토와 철학적 성찰을 통해 자기 삶을 주도하는 친숙하고 익숙한 사고의 틀을 깨고 거기로부터 나오는 데 있다. 자기 세계관의 경계를 넘어섬으로써 진정으로 자기 한계를 초월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